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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스팩, 이렇게 끝나나

박제언 기자공개 2012-07-23 08:00:38

이 기사는 2012년 07월 23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스팩(SPAC)'은 계륵과 같은 존재다. 스팩은 당초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과 같은, 또 하나의 엑시트(exit) 창구로 주목받았다. 어찌 보면 스팩은 벤처캐피탈의 최고의 엑스트 창구일 수도 있었다. IPO와 M&A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제도인 까닭이다. 하지만 이젠 버리기는 아깝지만 엑시트 창구로서 매력은 잃은 모습이다. 자칫 벤처캐피탈이 스팩 시장에 얼씬도 하지 않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A창투사는 3년 전 스팩제도에 큰 기대를 품고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발기인 자격으로 3억 원을 B증권사 스팩에 투자했다. 앞으로 수개월 뒤 A창투사는 원금은커녕 스팩 운용비용만 지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당 스팩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합병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몇 개월 뒤 남은 절차는 상장폐지와 스팩 청산이다. A창투사 임원은 "스팩 운용비용뿐만 아니라 3년이라는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벤처캐피탈 입장에선 큰 손실"이라고 토로한다.

C증권사 스팩에 참여한 D창투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어떻게든 스팩에 붙일 수 있는 비상장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스팩 설립 초기 대부분의 피합병 회사의 범위로 내세웠던 △녹색기술산업 △첨단융합산업 △고부가가치산업 등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한국거래소 문턱을 넘을 수 있는 회사라면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 인터넷·게임산업부터 굴뚝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찾고 있다. 창투사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팩의 대표이사로 창투사 대표이사들이 선임된 것도 벤처캐피탈이 비상장사와 관련해 다른 어떤 기관보다 전문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비상장사도 스팩에서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천신만고 끝에 스팩과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주가 부진은 감내해야 한다. 스팩과 합병한 업체 대부분이 공모가 이하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것이 현실이다. 직상장 절차와 같거나 오히려 더 까다로운 상장절차도 기다리고 있다. 차라리 직상장하는 편이 나을 판이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피합병법인에는 상장까지의 기간이 좀 더 짧아지는 것 외엔 스팩의 상장 심사가 IPO와 비슷해 장점이 크게 없는 편"이라며 "상장 절차만 개선되면 스팩에 합병할 비상장사 범위는 좀더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당초 스팩 시장이 침체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은 기업 가치의 척도로 쓰인 자본환원율 규제였다. 결국 금융당국이 자본환원율 규제를 완화했지만 이미 스팩시장이 침체된 후였다. 침체된 스팩 시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는 것이 상장 절차의 간소화다. 금융당국은 우회상장과 비슷한 형태의 스팩합병업체가 앞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길 바랄 것이다. 이 때문에 스팩과 합병에 성공한 비상장사의 상장절차를 IPO와 같은 기준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스팩과 합병을 준비하는 비상장사는 우회상장과는 다르게 벤처캐피탈과 스팩 메인 스폰서인 증권사의 검증을 이미 거쳤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1세대 스팩이 마무리 돼가는 시점이다. 금융당국이 스팩시장을 더이상 방치하지 않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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