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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생명, 최강 영업망 갖추고도 개점휴업 자본확충·전산구축에 단위조합 채널 활용못해

안영훈 기자공개 2012-09-10 15:29:53

이 기사는 2012년 09월 10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생명이 막강한 영업망을 보유한 농·축협 단위조합 활용에 미진한 모습이다. 농협생명 출범 일정이 당초 예상과 달리 2017년에서 2012년으로 앞당겨지면서, 농협생명은 출범 6개월이 지났지만 영업 활성화보단 내부 정비에 여념이 없는 탓이다.

◇ 자본 확충·전산 구축 등 내부정비 '최우선'

농·축협 단위조합의 영업망은 4473개소(2011년 말 기준, 지점포함)에 달한다. 국민은행의 1177개 지점망과 농협은행의 1172개 지점(출장소 포함)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농협생명 출범 당시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것도 이 같이 엄청난 네트워크 때문이었다.

하지만 농협생명은 최강의 무기를 손에 쥐고도 별다른 공세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위험기준 자기자본제도(RBC제도)에 맞춘 자본 확충과 전산개발 등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6월 말 현재 농협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205.9%. 아무리 안전자산인 채권 중심으로 운용을 하고 있다고 해도 내년부터 위험을 세분화한 RBC제도 도입시 지급여력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선 저축성 보험 등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

농협생명은 최근 오는 10월 유상증자 계획을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영업규모를 키우기 전에 먼저 체력을 갖추겠다는 것으로, 유상증자 재원은 농협금융지주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자본확충이 끝이 아니다. 영업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인 전산 시스템 구축도 숙제다.

농협생명은 지난 3월 출범 후 대규모 보험금 지급요청으로 인해 기존 전산 시스템이 오후 한때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사태를 겪었다. 당시 전산마비 사태가 일시적이라서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지만, 금융당국은 농협생명의 전산시스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협생명은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전산 독립으로 차세대 전산 구축에 나선 상태지만, 구축 완료는 내년 10월에나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게 전산 시스템은 계약체결부터 신상품 개발, 보험금 지급까지 모든 업무의 기반"이라며 "보험영업의 핏줄과 같은 전산 시스템이 완벽히 구축되기 전까진 영업 본격화가 힘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 2017년 3월 특혜 적용 폐지, GA 경쟁 심화 되풀이?

현재 전속지점이 37개에 불과한 농협생명은 판매실적의 85%를 농·축협 단위조합에 의존하고 있다. 농협은행과 달리 방카슈랑스 25%룰 적용이 5년간 유예된 만큼, 농·축협 단위조합의 의존도는 앞으로도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부정비로 농·축협 단위조합의 독점적 이용시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7년 3월 이후부턴 농·축협 단위조합에도 방카슈랑스 룰이 적용되고, 다른 보험사도 농·축협 단위조합과의 제휴가 가능하다. 농·축협 단위조합은 방카슈랑스 채널과 독립법인대리점(GA)의 성격이 혼재된 채널로 보험업계에선 제휴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농·축협 단위조합이 농협생명과 뿌리가 같다고 해도 단위조합 하나하나가 독립된 사업자로 수익제고가 목적인 만큼 다른 보험사와의 제휴체결은 불 보듯 뻔하다. 이 경우 GA채널과 마찬가지로 수수료 경쟁이 불가피해 농협생명 입장에선 주력채널에 대한 영향력 감소가 우려될 수 밖에 없다.

생보사 관계자는 "농협생명 출범에 대해 업계가 우려한 것은 막강한 농·축협 단위조합의 영업력"이라며 "농협생명이 내부정비로 농·축협 단위조합 영업이 주춤한 상황이 길어질수록 향후 업계의 기회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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