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10월 30일 08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업계의 자금조달 원천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시장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웅진그룹의 법정관리 신청 여파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특히 자산유동화사채(ABS)에 비해 절차가 간편한 상법상유동화법인(SPC)을 통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이 끊기다시피 했다. 올 상반기 만해도 신용등급이 A3등급인 중견건설사 ABCP가 시장에서 드문드문 소화됐으나 최근엔 거래가 아예 중단됐다.
살림살이가 나은 대형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투자자들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A2등급에 걸쳐 있는 우량 건설사들이 시장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웅진그룹 사태 이후 내로라하는 몇몇 건설사들이 시장에 명함을 내밀었으나 외면 받았다. 불과 한달 전 A2등급 건설사 장기물 ABCP가 인기를 누렸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다. 건설사들이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투자자들은 더는 신용등급이 A1등급 아래인 발행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은 리테일 시장의 큰손인 지방 단위조합과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이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웅진그룹 회사채와 CP 등에 투자했다가 자금이 묶인 경우도 많아 시장이 정상궤도를 찾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다. 신용등급이 A1등급인 일부 건설사를 제외하고는 한동안 ABCP 발행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권업계에는 ABCP를 우선 떠안아 달라는 건설사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증권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적을 내야 하지만 무작정 익스포저를 늘릴 수만도 없는 처지이다. 증권맨들 사이에는 일감 급감으로 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자금조달 주체인 건설사들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차환 위험에 노출됐다. 신용을 보강한 ABCP 차환이 불발될 경우 시행사 부채원금을 대납해야 한다. 만기에 대규모 원금 상환 요청이 들어올 경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조달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 ABCP가 되레 목을 조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2년 6월 말 기준 PF-ABCP 잔액은 17조9000억 원으로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물량이 13조80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A1등급을 제외한 발행물은 절반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내년 상반기까지 차환이 불투명한 ABCP가 어림짐작으로 수 조원에 달한다.
자본력을 갖춘 건설사들은 원금을 상환해 고비를 넘기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생사의 갈림길에 놓일 것이다. 또 그때마다 금융시장은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이다. 다수의 건설사들이 올 겨울 한파보다 더 혹독한 시련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운 좋게 이 고비를 넘긴다고 해도 따뜻한 봄이 기다릴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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