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인천시 비밀 '투자약정서' 베일벗을까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매매 성사 '뒷배경' 관심
문병선 기자/ 신수아 기자공개 2012-11-09 11:01:23
이 기사는 2012년 11월 09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과 인천광역시간 체결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개발을 위한 투자약정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부지 매매와 관련한 단순 투자약정과는 별도의 특혜성 약정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건 아닐까. ㈜신세계의 법정 자료 요구를 계기로 의혹이 커지고 있는 이 투자약정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신세계는 지난 8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동산 매각절차 중단 및 속행금지 가처분' 사건 1차 심리에서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관련 의혹도 숨길 것도 없다면, 정말 인천 시민을 위한 결정이었다면 약정 계약 내용을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며 '투자약정서'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입찰절차를 중단시키기 위한 속행금지 가처분 사건에서는 입찰절차의 부적절성을 신청인측이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번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매매는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당사자(롯데쇼핑과 인천광역시) 이외의 제3자(신세계)가 구체적 내용을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신청인측(신세계)은 '구석명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데 이어 이날 법정에서 피신청인측(인천광역시)을 향해 투자약정서 제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투자약정서를 통해 입찰절차의 부적절함을 증명해 내겠다는 전략이다.
수용 여부는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다. 그동안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매매와 관련한 의혹이 여럿 제기돼 왔음을 감안하면 재판부가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제출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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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약정서는 지금까지 양해각서(MOU) 정도로 알려져 왔다. 인천광역시가 투자약정을 체결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와 이날 법정 증언 등을 종합하면 투자약정서에는 부지 매매 금액(8751억원), 지급일정(2013년 1월31일 이내), 이행보증금(매매대금의 10%), 이행보증금 지급 일정(약정 체결 직후 은행영업일로부터 10영업일 이내) 등이 담겨 있다. 따라서 상당한 구속력(Binding)을 갖춘 MOU로 인식된다.
그러나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모종의 항목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관심 포인트다. 또 계약 파기 시 이행보증금 몰취에 대한 법적 조항이 들어 있는지 여부도 관심 사안이다. 투자약정서가 법적 효력을 가지는 매매계약서 성격을 갖고 있다면 의회 승인 사항인데, 사후 승인 절차는 이행되지 않아 절차의 문제점을 증명하는데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
특히 인근 구월동 농수산물시장 부지 개발 여부를 암시하는 듯한 문구가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개발 약정서에 포함돼 있을 지도 관심이다.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는 '터미널'이라는 공공기능을 유지한 채 복합상업지역으로 개발하기에는 부지가 협소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인근 농수산물시장과 복합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추측해 왔다. 하지만 매매 약정 대상 이외의 자산에 관한 사항을 미리 제한하는 것은 인천시가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은 처사로 읽혀질 수 있고, 이는 롯데쇼핑에 대한 특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실이라면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이번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매매 약정은 절차와 목적에 큰 허점을 갖게 된다.
실제 인천광역시는 약정 체결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번 투자 약정을 통하여 인근 농수산물 시장 이전사업에 긍정적 작용을 하여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 등과 연계된 구월동 인근 원도심개발에 청사진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어, 최소한 양측이 관련 사안을 논의해 봤을 것으로 추정케 한다.
롯데쇼핑은 이번 계약과 관련 8751억원이라는 거액을 과감하게 쏟아붓는 통 큰 결정을 유례없이 내렸다. 부지 매매 과정에서 인천광역시가 일반상업지역을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했음에도 받아들였다. 매매 계약전 사전 용도지역 상향 변경은 가격 상승 요인이이서 통상 인수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는 수용했다.
또 경쟁사인 신세계가 '전세권'을 설정해 두고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어 최소한 5년, 많으면 20여년 가까이 부지 개발을 못할 수도 있는데도 롯데는 받아들였다. 다른 반대급부가 있었을 것으로 유추해 보게 하는 투자결정이어서 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아울러 인천광역시는 롯데쇼핑과 투자약정을 체결하기 한달여 전인 8월16일 국내 증권사, 신탁사, 자산운용사, 유통사 등 159개 업체에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및 건물 매수참여 희망 의견을 조회했고 6개 업체로부터 매수참여 의견을 받았다. 이중 4개 업체와 면담해 인수의사를 타진했다. 그런데 이후 돌연 롯데쇼핑과 단독으로 수의계약을 진행해 의혹을 키워 왔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든 계약은 일반입찰에 부쳐야 한다. 다만 계약의 목적·성질·규모 및 지역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참가자를 지명(指名)해 입찰에 부치거나 수의계약(隨意契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의계약에는 여러 제약이 따르고 그 절차 역시 투명해야 한다. 그래서 수의계약의 대상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인천광역시측은 "시의 재정난 타개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투자약정서 내용에 따라 그런 인천광역시의 합목적성이 정당화되지 않을 개연성도 나타날 수 있다.
피신청인측 대리인(법무법인 세종)은 신청인측(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투자약정서 공개 요구에 대해 일단 거부했다. 롯데쇼핑과의 비밀유지조항 때문이다. 다만 피신청인측은 "당사자인 인천시와 롯데쇼핑이 논의 후 결정할 사안으로, 신세계 측을 배제한 재판부만 공개한다면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해, 재판부에만 자료가 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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