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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시장진입이 화 키웠다 반도체·LCD기업, 차별화 없이 태양광으로 업종전환

이상균 기자공개 2012-12-17 17:04:44

이 기사는 2012년 12월 17일 1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중소 태양광업체의 몰락은 재무적 한계만으로는 다 설명이 안된다.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요인이 내재해 있었다는 게 중론인데, 무엇보다 "그 많은 중소업체들이 뭘 보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느냐"하는 의문과 먼저 맞닥드려진다.

전문가들은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된 사업검토도 하지 않은 채 장밋빛 전망만 믿고 태양광시장에 진출했다고 지적한다. 향후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면밀한 분석보다는 정부 지원금과 같은 '잿밥'에 더 관심을 뒀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어찌됐건 너나없이 태양광산업에 뛰어들었는데, 이같은 러시는 산업 자체의 낮은 진입장벽이 한 몫한 결과로 해석된다.

◇중국업체 저가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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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산업은 반도체나 LCD에 비해 기술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다. 테크놀로지(technology) 비즈니스가 아니라 파이낸싱(financing) 비즈니스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얼마나 많은 자금을 조달해 제품 단가를 최대한 떨어뜨리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요소다. 삼성과 LG, 현대중공업 등이 후발주자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태양광시장 진출을 밀어붙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업체들이 선택한 태양광 시장은 잉곳·웨이퍼와 태양전지(셀), 모듈 등 다운스트림 분야다. 폴리실리콘에 비해 기술난이도가 낮아 중소업체들의 진출이 용이한 곳이다. 특히 중소 태양광업체 중에는 LCD와 반도체 기업이 업종전환을 하거나 물적 분할을 통해 진입한 사례가 많다. 태양광 제조과정이 LCD, 반도체 제조과정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태양전지 제조공정에서 결정형 실리콘 태양전지는 반도체공정, 비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는 LCD패널 제조공정과 비슷하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세미머티리얼즈, 제스솔라, 렉서 등이 꼽힌다. 태양광시장에 무분별한 진입이 이뤄진 태생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문제는 다운스트림 분야에 눈독을 들인 것은 중국 태양광 업체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더욱이 이들 업체는 중국 정부의 자금지원에 힘입어 가격경쟁력에서도 한 수 위다. 한국의 웨이퍼와 셀, 모듈 제조원가는 각각 0.35달러, 0.15달러, 0.35달러인 반면, 중국의 제조원가는 각각 0.25달러, 0.14달러, 0.30달러다. 20%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중소업체의 기술경쟁력도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쳐진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다운스트림 분야의 제품경쟁력은 선진국(100)에 비해 90~91 수준에 그쳤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5~12%에 머물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31~44%에 달하고 있다. 최근과 같은 경제 위기 과정에서 비빌 언덕이 없다는 점도 악재다. 중소 태양광업체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완성한 대기업과는 달리 물건을 넘겨줄만한 계열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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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점구조 견고해져…틈새시장 개척 필요

국내 중소 태양광업체의 전망은 향후에도 어렵다. 냉정히 말해 살아남은 기업조차 손에 꼽힐 정도가 됐다. 전문가들도 향후 태양광시장은 구조조정이 심화되면서 소수업체 중심의 과점체제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태양광시장 조사업체인 Solar&Energy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시장은 공급기준 상위 7개사의 점유율이 70%, 셀 시장은 상위 10개사가 60%, 모듈시장은 40%에 달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송수범 수석연구원은 "규모의 경제와 고순도 제품생산력을 갖춘 선두업체들은 시장 성장에 따른 이익구조를 누리게 될 것"이라며 "선두업체를 중심으로 과점구조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소업체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틈새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안상준 상무는 "태양광모듈을 생산하는 에스에너지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며 "중국업체와 차별화된 제품경쟁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스에너지가 생산하는 제품은 전체 시장 규모가 5000억 원 이내에 불과해 대기업 진출이 어렵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에스에너지는 올해 3분기 매출액 1444억 원, 영업이익 93억 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94.3%로 양호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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