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여건 성숙, 3세 경영능력이 '가늠자' 한국타이어그룹이 먼저 지배구조 개편..효성측 "지주사 전환계획 없다"
문병선 기자공개 2013-01-03 11:11:19
[편집자주]
지주회사 제도는 여전히 손 볼 곳이 많은 불완전한 지배구조지만 국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의 대안으로 인식된다. 그래서인지 2011년을 기점으로 증가율이 둔화되다가 2012년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세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려져 만든 결과로 분석된다. 2013년에는 또 어떤 그룹이 지주회사행을 택할 지 재계의 관심이 높다.
이 기사는 2013년 01월 03일 11: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범효성가 '형님 그룹' 효성그룹이 2013년에 모종의 지배구조 변화를 꾀할까. '아우 그룹' 한국타이어그룹이 먼저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쐈고 이에 효성그룹이 적지않게 자극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분 구조, 그리고 분할여건 성숙 등 비슷한 면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효성그룹은 조석래 회장이 최대주주(10.32%)이고 아들 삼형제가 7%대 지분을 갖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과 비슷하다. 한국타이어도 조양래 회장이 최대주주(15.99%)이고 두 형제가 각각 5.79%, 7.1%를 갖고 있다. 3세들의 연령대(68년~72년생)도 비슷하다. 후계승계 프로세스가 같진 않겠지만 한국타이어의 사례를 보면 효성그룹도 여건이 무르익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장남' 축으로 한 기업 분할 시나리오
여러 예상이 대두되지만 유력한 시나리오는 '장남'을 기본축으로 한 기업분할 시나리오다. 조홍제 효성 창업주는 효성을 장남에게, 타이어를 차남에게, 조선을 삼남에게 물려주었다. 후대에서는 '장남 승계' 원칙이 작동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부친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한 행보를 보여줬다. 그의 장남 조현준 사장은 진흥기업으로 대변되는 건설사업과 갤럭시아그룹으로 알려진 정보통신(IT)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반면 삼남 조현상 부사장은 타이어코드 등 자동차 부문에서 인수합병(M&A) 등을 성사시키고 실적을 호전시켜 강한 후계 경쟁자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많았다. 차남이 맡고 있는 중공업 부문은 다소 부진하다. 그러나 조 회장의 장남에 대한 신뢰는 멈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섬유 부문에서 안정적 성장을 일궈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일부 실패 사업의 경우 경험을 쌓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부친의 신뢰대로 조현준 사장은 섬유 및 정보통신PG장과 더불어 그룹 전략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2012년초에는 금융계열사인 효성캐피탈 이사로도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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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부터 효성그룹 오너 3세들은 각자 주력 사업을 맡아 역할분담을 했고 그 중 장남인 조 사장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면서 분할의 구도가 형성된다.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은 중공업PG장을,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은 산업자재PG장을 맡는다. 섬유·중공업·산업자재 부문은 각 2조원대 비슷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룹의 규모가 지난 10년간 약 두배(개별기준)~세배(연결기준) 커졌다는 점도 성숙된 분할여건이다.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약 14조여원으로 커졌다. 금융자회사인 효성캐피탈을 제외하면 ㈜효성이 약 8조5000억원 규모로, 전체의 7할을 차지할 정도로 '중앙집중식'이 됐다.
비대해진 몸집은 경기 변동에 대한 내성을 키우기도 하지만 그룹의 움직임을 둔화시키기도 한다. ㈜효성 한 곳에 현재 섬유·산업자재·화학·중공업·건설·무역 등 6개 연관·비연관 사업이 뭉쳐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효성의 한 기업설명회(IR)에서 "연관 사업으로 엮여 있는 부문도 있으나 건설이나 중공업 등 전방산업이 전혀 다른 업종과도 묶여 있다"고 했다.
◇보수적 기업문화, 과격한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 낮아
그러나 지주회사로 나아갈 지 여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에서 지주회사 체제는 아직도 규제가 더 많은 우물안 지배구조 체제로 인식되고 있다. 순수하게 자회사 지분만 보유한 순수지주회사체제가 경영효율을 더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효성그룹은 SK그룹(SK증권)처럼 금융계열사(효성캐피탈)까지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 전환에 따른 매각 부담이 크다는 약점도 갖는다.
따라서 한국타이어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기업 분할에 나선 것과 달리 효성그룹은 만일 지배구조를 바꾼다면 형제간 분리를 위한 기업 분할에 그칠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효성그룹 관계자도 "지주사 전환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아울러 부친의 신뢰를 받고 있는 조현준 사장의 여러 사업체들이 본궤도에 오를 지도 두고봐야 한다. 조 사장은 효성그룹 주요 10여개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것과 동시에 갤럭시아그룹이라는 그룹내 '소그룹'의 실질적 오너이기도 하다. 이 그룹에 속한 계열사만 대략 20여개다. 2012년 후반 턴어라운드 조짐을 보이긴 했으나 모두 실적 부진에 시달려 왔다. 장남의 경영능력이 검증될 때 모종의 변화가 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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