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證·우리證, 5.4조짜리 유동화를 왜 망설였나 유동화 전에 리스크 인식…가스공사 유동화 강행 방침 차단
임정수 기자공개 2013-02-05 20:19:52
이 기사는 2013년 02월 05일 2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스공사의 5조 4000억 원 미수금 유동화에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이 참여 직전까지 갔다가 사실상 발을 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투자증권은 대표주관사가 확실시됐으나 총액인수를 거부해 탈락했고 대우증권은 미수금이 금융자산이 아닐 수 있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매입약정 의사를 철회했다.가스공사 미수금이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인지 여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증권사간 득실을 따지기는 이른 상황이다. 하지만 미수금의 모호한 정체성이 유동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두 증권사의 예감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 우리證, 총액인수 거부해 대표주관사 탈락
우리투자증권은 1년 여 동안 가스공사와 함께 미수금 유동화를 함께 추진했다. 대규모 미수금에 대한 유동화 가능성을 점검하는 한편, 미수금 북오프(book-off)를 위한 유동화 구조를 설계하는 데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 때문에 가스공사가 대표주관사 선정을 위해 입찰 참여 제안서(RFP)를 돌릴 때 까지만 해도 증권업계는 대부분 우리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로 선정될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업계 일반의 예상과는 달랐다. 가장 공을 들였던 우리투자증권이 탈락하고 신한금융투자가 대표주관을 맡게 됐다.
대표주관 탈락 배경은 우리투자증권이 총액인수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가 총액인수를 조건으로 대표주관을 맡겠다고 제안한 반면, 우리투자증권은 딜의 불확실성을 들어 총액인수가 아닌 베스트에포트(Best Effort) 방식의 투자자 모집을 제안했기 때문.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총액인수를 하기에는 매출채권의 성격이 불분명 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낮은 수수료로 대규모 리스크를 감수하기에는 부담이 커, 베스트에포트 방식으로 대표주관 참여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북오프 구조를 중시했지만, 막판에는 딜 구조 보다는 유동화 금리와 수수료 만으로 대표주관사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 대우證, 미수금 자산 결론 없이 매입약정 못해…가스공사 연내 유동화 강행 방침 차단
가스공사는 지난 해 12월 중순 까지만 해도 미수금 유동화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미수금에 대한 회계적인 이슈가 불거져 재무구조 개선이 불확실해지더라도 일단 유동화를 통해 자금 조달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 이 같은 방침에 증권업계는 "혹시라도 미수금이 자산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가스공사가 그 부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스공사가 방침을 정하면서 유동화는 속도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이 매입약정을 제공하는 ABCP 투자자 모집이 이뤄졌고, 보험사들이 자산유동화대출(ABL)을 실행하겠다고 나섰다. 증권사가 매입약정을 제공하는 ABCP만 남겨 놓은 상황.
하지만 매입약정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대우증권이 매입약정 거부 입장으로 갑자기 돌아섰다. 미수금이 금융자산이라고 결론 나기 전에는 매입약정을 실행할 수 없다고 한 것. 나머지 증권사들은 이미 내부 절차를 거쳐 매입약정 실행에 대한 의사결정을 마친 상태였다. 대우증권도 매입약정을 실행하려고 했으나 내부 승인 과정에서 미수금에 대한 결론이 명확해지지 않으면 딜 참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기존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유동화를 강행하려던 가스공사 방침도 차단됐다. 기초자산인 미수금의 현금흐름 상 후순위성이 가장 높은 증권사 매입약정 ABCP가 확정되지 않는다면 미수금 북오프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 유동화 차단 안 됐으면 대형 리스크 떠 안아
가스공사의 유동화가 중단되지 않았다면 증권사들이 자칫 대형 리스크를 떠안아야 할 상황에 놓였을 지 모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매입약정은 기초자산 회수 순서 상 가장 나중에 회수되는 현금흐름을 기초로 발행되는 ABCP에 제공하는 것이었다"면서 "총액인수를 조건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ABCP가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으면 증권사가 대규모 리스크를 떠 안아야 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과론이지만 증권사가 매입약정을 제공해 딜이 성사된 뒤에 미수금 회수가 불확실해 졌다면, 리스크를 떠 안은 증권사들이 수 천 억 원 대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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