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올해 상장 서두르는 까닭은 미룰수록 상장변수 늘어나...낮은 밸류는 감내
정준화 기자/ 안영훈 기자공개 2013-02-07 15:46:01
이 기사는 2013년 02월 07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 지난 2005년 대규모 유상증자(1500억 원) 일반공모를 진행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상장을 약속한 미래에셋생명. 2009년 생보사 상장차익은 계약자에게 배분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면서 생보사 상장의 길이 열리자 미래에셋생명은 2010년 초를 목표로 상장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2010년 상반기 삼성생명, 한화생명(옛 대한생명) 등 '메가톤급' IPO가 앞서 진행되자 미래에셋생명은 상장 시기를 하반기로 늦췄다. 하지만 먼저 상장한 생보사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금융위기 여파로 주식시장도 악화되자 미래에셋생명은 IPO 자체를 잠정 연기했다.#2.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은 지난 달 24일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기업공개(IPO) 작업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으며, 올해 8~10월 중 상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기업이 시장에 나가는 것은 결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결혼을 위해서는 내부적인 준비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준비는 이미 마친 상태"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생명이 연내 증시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 부회장의 최근 발언에서는 수 년간 미뤄 온 상장 작업을 더 이상 늦추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미래에셋생명이 그동안 상장을 미뤄온 것은 주식시장 악화와 이에 따른 동종 업체들의 주가 약세가 지속된 탓이다. 상장시 사측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평가받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증시 상황은 좋지 못하고 동양·삼성·한화생명 등 앞서 상장한 생보사들의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이 상장을 미뤄왔던 이유 중 바뀐 것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생명이 연내 상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IPO를 계속 연기할 경우 더 상장하기 힘든 환경에 직면할 수 있는 위기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선 동양생명, ING생명 등 굵직한 생보사 M&A가 미래에셋생명 상장 이전에 진행될 경우 보험사에 투자하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수요를 빼앗길 우려가 있다. 최근 인수금융 참여시 여러 옵션을 통해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의 '큰손'들이 미래에셋생명 IPO에 관심을 적게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미래에셋생명이 지난 2010년초 상장을 추진할 때 삼성생명, 한화생명과의 맞대결을 피해 상장 계획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업계 2위권인 교보생명도 지속적인 상장을 요구해 온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지난 해 보유 지분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넘기며 상장 압박이 줄어든 상태지만, 내년께 시장 상황에 따라 상장에 나설 가능성도 상존한다.
또 증시 상황을 이유로 상장을 계속 뒤로 늦춘다고 한들 시장 상황이 지금 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불확실성을 계속 안고 갈 경우 기존 투자자인 국민연금 등에 약속한 시한 내 IPO를 성사시켜야 하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앞서 2011년 미래에셋생명은 국민연금으로부터 4000억 원을 투자받았다. 미래에셋생명이 발행한 전환우선주를 매입한 것으로, 상장을 전제로 한 프리 IPO 성격의 투자다. 이 전환우선주에는 5년 이내 상장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이 미래에셋생명에게 연 복리 8%로 되사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이 붙어있다. 상장 전까지 의무적으로 내주어야 하는 우선주 배당도 아까울 수밖에 없다.
2005년 이후 세 차례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과의 신뢰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매번 시장 상황을 핑계로 IPO를 차일피일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이 의지대로 연내 상장을 할 경우 저금리 등 생보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희망하는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래에셋생명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희망공모가를 주당 1만6500~1만7000원 수준으로 제시해왔다. 7000원 부근에서 형성돼 있던 미래에셋생명 장외주가도 최근 최 부회장의 연내 상장 언급으로 급등했지만 여전히 1만 원 아래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미룰수록 좋지 않은 환경에 처할 수 있는만큼 조속히 상장을 마무리 짓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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