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2월 08일 1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건설 워크아웃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캠코의 존립 근거를 감안할 때 쌍용건설과 같이 장기 업황 불황으로 자본 확충이 필요한 기업의 관리 기관으로는 애초에 적합치 않다는 주장이다.준정부기관인 캠코는 금융기관 보유의 부실자산을 정리하거나 망가진 기업의 경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설립됐다. 일종의 배드뱅크(Bad Bank)로 40조 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을 설립, 기업 부실채권을 인수해 관리해 오고 있다.
캠코가 쌍용건설의 최대주주가 된 것은 2002년 10월. 캠코는 자금을 투입해 워크아웃 상태인 쌍용건설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워크아웃을 졸업시켰다. 2007년부터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찾아와 매각은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다. 건설경기가 침체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장기간 매각이 진행되다보니 부실자산을 관리하는 캠코의 건설사 경영이 한계에 부딪혔다.
가장 큰 문제는 캠코의 설립 취지상 유상증자와 같이 기업 정상화를 위한 능동적 관리에는 적합치 않다는 점이다. 업황 부진 장기화 등으로 쌍용건설이 오랫동안 유동성 위기에 노출돼 왔지만 대주주인 캠코가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지 않았다. 자금력 있는 새 주인에게 경영권 지분을 넘기는 것만이 캠코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솔루션이었다.
그러나 오랜 업황 부진은 쌍용건설의 매물 가치를 떨어뜨렸고, 공자금 회수 극대화 목표를 무시할 수도 없는 캠코로서는 원매자들과의 협상을 원만히 이끌 수 없었다. 어찌보면 매각 장기화는 정해진 수순이었던 셈이다. 매각 작업이 늘어지면서 쌍용건설의 기업가치는 더 떨어지고, 매각 협상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캠코가 뒤늦게 구주 매각 방침을 접고 신주 발행으로 M&A의 방식을 바꿨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캠코가 자기자금을 투자하지 못하더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 매각을 조금만 더 일찍 했더라면 새 주인을 찾았을 지 모를 일이다.
쌍용건설 문제는 대우건설이나 두산건설과 같이 재정상 위기에 처한 몇몇 건설사들이 모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아 정상화된 것과 분명히 대별된다.
두산건설은 두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자금난을 해소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2011년 유상증자를 통해 3000억 원의 자금을 두산건설에 지원했고, 최근에도 자산양수와 유상증자를 통해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모투자펀드를 통해 대우건설을 인수한 KDB산업은행의 지원은 한층 능동적이었다. 산업은행은 3조 원이 넘는 KDB PEF를 조성, 대우건설 지분 1억2102만 여주(37.16%)를 2조1785억 원에 사들였다. 산업은행은 인수 직후 대우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1조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급 보증을 없애 우발채무도 감소시켰다. 베트남, 크로아티아 등 해외 발전사업의 신규 수주를 위해 금융을 지원해줬다.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는 점차 높아졌다.
산은은 대우건설을 살리기 위해 법 규정까지 바꾸도록 하는 능동성을 발휘했다. 인수 당시 걸림돌이 됐던 의무공개매수 적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공개매수를 회피할 수 있는 면제조항을 신설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는 '주채무계열이 주채권은행과 체결한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따라 주식을 매각할 경우 공개매수를 회피할 수 있다'는 별도의 조항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특수은행인 산업은행이 별도의 법 체제 아래 놓여있는 것을 감안, 자본시장 통합법,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산업은행법 등에 저촉되지 않는지 검토했다. 덕분에 수월한 매각을 진행했을 뿐 아니라 1조 원의 유상증자로 대우건설을 살릴 수 있었다.
또한 대우건설을 클린컴퍼니로 만들기 위해 주택대손충당금, 저가공사현장의 원가 정산 등의 문제도 해결했다. 덕분에 대우건설은 국내 PF 최다 건설사란 오명을 벗어낼 수 있었다. 산업은행은 자신의 신용을 공여, 1조 원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대우건설 PF지급보증 부담을 줄여주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 일반 대기업과 캠코의 구조적인 차이를 지적한다. 캠코의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생긴 부실기업에게 자금을 투입, 정상화를 시켜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목표로 쌍용건설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경영 정상화가 안 된 매물을 높은 가격에 사려는 후보들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5~6년째 업황이 악화돼 캠코의 자금 회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 상태"라며 "공적자금관리의 주체인 캠코의 구조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뒤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쌍용건설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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