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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명가 쌍용건설이 추락한 다른 이유 경영 판단 착오 반복‥캠코 "법 개정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지원방법 없어"

박시진 기자공개 2013-02-21 12:09:43

이 기사는 2013년 02월 21일 12: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2년 국토해양부 집계 시공능력 평가액 2조991억 원으로 건설업계 13위인 건설사, 현재 입찰 자격을 취득한 해외 건설 수주 규모만 19조 원에 달하는 건설 명가가 바로 쌍용건설이다.

이런 쌍용건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자본전액잠식으로 주주가치는 이미 사라졌고, 채권자도 원금 회수가 여의치 않아 출자 전환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채무 만기가 속속 도래하지만 금융거래가 막혀 융통해 막을 방도도 없다.

쌍용건설은 왜 이리도 빨리 추락하게 된걸까.

지금 시장에서는 10여 년간 쌍용건설의 대주주로 관리를 해왔던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의 관리 책임론이 비등하다. 하지만 이렇게 된 책임을 캠코에게만 물어야 할까. 당사자인 쌍용건설 전현직 경영진들에게 물어야 할 책임은 없을까.

관리자가 아무리 철저히 관리해도 당사자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허사다. 하이닉스반도체 사례는 좋은 비교 대상이다.

채권단 관리하에 있던 하이닉스반도체는 오랜 반도체 업황 부진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했고, 결국 SK그룹이란 든든한 새주인을 만났다. 하이닉스 매각 입찰 당시, 입찰기업들은 채권단의 지원이 거의 없었음에도 하이닉스반도체 경영진과 직원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온 점을 높게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쌍용건설 경영진의 행태 등 내부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쌍용건설을 수 차례 유동성 위기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의 대표적인 근거는 무리하게 강행된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사업들이다.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가 도래하며 건설경기도 함께 악화되고 있던 2008년 당시, 쌍용건설의 PF보증채무는 1조6796억 원에 달했다. 2009년에는 1조7406억 원으로 610억 원이 더 증가했다.

프로젝트에 시공사가 연대채무를 지는게 보편화돼 있는 우리나라에서 건설업체는 한순간에 망가질 수 있다. 사업성 전망 오류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조달한 자금은 고스란히 건설사의 빚이 되고 만다. 쌍용건설의 경우 우이동 콘도 사업이 대표적인 실패 프로젝트. 그 외에도 지방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 코리아CC콘도, 남산타워호텔 리모델링 프로젝트 등에서 빚을 쌓고 말았다.

미분양 아파트의 할인 분양 타이밍도 문제였다. 쌍용건설의 부채 비율이 2008년 269%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돼 이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미분양 아파트 할인 분양이 거론됐다. 하지만 경영진들은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 쉽사리 추진하지 못했다.

쌍건
↑미분양아파트 감소에 따른 영업이익 현황

결국 2011년에 할인율을 높여 549세대 매각을 진행했다. 504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채비율은 477%로 오히려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1962억 원의 대손상각비도 발생했다. 이 여파가 미쳐 2012년 3분기 기준 1011.3%의 부채비율, 자본잠식률만 197%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1~2년만 앞당겨 할인 매각을 추진했더라면 손실 최소화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은 셈"이라고 말했다.

부실채권정리기금 청산기일을 3일 앞둔 시점에 채권단은 캠코에게 출자전환 등 '선(先)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캠코는 자금의 회수만 가능할 뿐 더 이상의 지원 기능이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정리기금의 운용기간이 지난해 11월 22일자로 종료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캠코가 쌍용건설 회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수단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캠코가 보유한 쌍용건설 지분을 국가에 반납하지 않는다면 공사법 위반에 해당된다. 또 보유 중인 담보채권(우이동 프로젝트 ABCP 700억 원)의 우선권을 포기하고 채권은행들이 요구 중인 출자전환에 동의한다면 명백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캠코 관계자는 "기금 관리자에 불과한 캠코가 현실적으로 쌍용건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만기어음 상환을 위해 급전이라도 구해다 주는 것 밖에 없다"며 "캠코가 쌍용건설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현재로선 캠코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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