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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발단은 '편법 매출' 치료제 판매 아닌 보관비로 매출 인식...美 진출 후 기술이전료 받아 '리크스 확대'

김경은 기자공개 2013-04-22 15:34:06

이 기사는 2013년 04월 22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체줄기세포의 대표주자인 알앤엘바이오의 상장폐지는 안정성 검증이 덜된 줄기세포 치료 기술을 너무 앞서 상용화하면서 비롯된 예견된 몰락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섣부른 기술 상용화…금융당국 제동

알앤엘바이오는 지난 2005년 황우석 사태가 터질 무렵 석유화학 유통사업을 영위하던 대원이엔티와 세포치료제 업체인 알앤엘생명과학의 주식교환을 통해 우회상장했다. 대원이엔티의 석유화학 유통사업은 중단됐고, 알앤엘바이오는 바이오 기업으로 모습을 바꿨다.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매출을 본격적으로 일으키기 시작한 때는 2008년부터다. 하지만 당시 알앤엘바이오의 줄기세포 기술은 치료제로 환자들에게 사용될 단계는 아니였다. 현재도 국내에서 알앤엘바이오의 치료제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시판이 허용된 줄기세포 치료제로는 파미셀의 하티셀그램-AMI,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 등이 있다.

의약품 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실험 단계에서는 무료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알앤엘바이오는 2008년 줄기세포 사업부에서 16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365억 원을 기록했다. 알앤엘바이오가 국내 시판이 허용되지 않은 기술로 돈을 번 방법은 치료가 아닌 줄기세포를 분리, 보관 비용을 통해서다. 치료는 줄기세포 치료를 의약품으로 규정하지 않는 국가나, 아예 가이드라인이 없는 국가에서 치료를 받도록 했다.

편법 매출 논란이 일자 2010년 금융감독원은 줄기세포의 보관으로 받는 수익을 매출로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치료용으로 사용된 줄기세포만 인식하도록 한 것.

2009년 365억 원을 기록했던 줄기세포 사업부문의 매출은 2010년 228억 원으로 3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0억 원에서 마이너스 154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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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골 넣은 미국 진출…유동성 위기 자초

줄기세포 보관 수익이 적자를 내자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한 알앤엘바이오는 해외 기술이전이라는 방식으로 매출을 일으켰다. 2011년 당시 알앤엘바이오는 음료업체인 알앤엘삼미 인수를 위해 외부 조달이 필요한 시기였다.

알앤엘바이오는 2011년3월 미국 셀텍스테라퓨틱스(구 바이오라이트스템셀·이하 셀텍스)와 줄기세포 기술이전 협약을 맺고, 기술이전 비용으로 3000만 달러를 지급받기로했다. 동시에 알앤엘바이오는 셀텍스 지분 26.74%를 2000만 달러(한화 약 220억 원)에 매입했다.

이같은 자금 주고 받기로 알앤엘바이오는 일시적으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2011년 기준 셀텍스 기술 이전과 로열티 댓가로 알앤엘바이오는 200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듬해 회계감사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셀텍스 투자금액이 공정가치평가액을 초과한다며 196억 원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결국 재무 안정성만 훼손돼 알앤엘바이오는 자본잠식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비유동자산으로 분류되는 관계기업 지분투자금을 유동부채로 분류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알앤엘바이오의 자금 사정 악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알앤엘바이오는 줄기세포 보관 비용을 선수금으로 받고 있기 때문에 실제 재무는 건전하다는 논리를 펴왔었다.

비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조달함에따라 2010년 말 감사보고서상에 162%에 달했던 유동비율은 2012년 말 50.75%로 하락했다. 유동비율이 100%를 하회, 단기 지급불능상태에 빠질 위험이 커진 상태다.

알앤엘바이오 관계자는 "셀텍스 공정가치를 산정하는 부분에 있어 회계법인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며 "추후 셀텍스의 기업평가를 통해 해당 부분에 대해 바로 잡을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알앤엘바이오는 해외 위장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자금 주고받기를 통해 매출을 과대계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알앤엘바이오는 회계감사기관인 삼일회계법인이 의견거절을 제시함에 따라 지난 17일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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