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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해외 선수금 '양날의 칼' 삼성물산 등 증가세 뚜렷..."수주여건 악화 땐 부메랑"

최욱 기자공개 2013-04-25 10:47:41

이 기사는 2013년 04월 25일 10: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사들은 보통 공공사업이나 해외사업을 수주하면 일정액을 선수금으로 받는다. 국내 주택사업이 현금흐름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수금은 건설사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특히 해외 대형 프로젝트 선수금이 유입되는 해에는 영업현금흐름이 좋아져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하지만 선수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해외사업 리스크 확대로 신규 수주가 감소할 경우 선수금 유입이 줄어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건설사들이 선수금을 해당 사업에 투입하지 않고 운전자금으로 활용해 해외사업의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 대형사 평균 선수금 1조1600억...현금흐름 개선 기여

지난 2009년 해외에 개설된 GS건설의 계좌에 4억7000만 달러(약 5290억 원)가 입금됐다. 타크리어(Takreer)가 UAE 르와이스 정유공장 확장공사(RRE) 선수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이었다. 선수금 유입 덕분에 2009년 GS건설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좋은 영업현금흐름(628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선수금 8700억 원을 수령한 한화건설도 선수금 효과를 톡톡히 봤다. 비스마야 프로젝트 선수금을 토대로 지난해 한화건설은 양호한 영업현금흐름(4099억 원)을 보이며 연말 기준 현금성자산을 4041억 원으로 끌어올렸다.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해외사업이 많은 건설사 6곳의 선수금 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09년에 비해 지난해 선수금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개 건설사의 평균 선수금은 1조1665억 원으로 2009년에 비해 4.8% 늘었다.

전체적인 변동 폭은 크지 않지만 몇몇 건설사들의 선수금 증가 추이는 눈에 띄는 수준이다. 특히 삼성물산의 선수금은 2009년 1조1458억 원에서 지난해 1조6928억 원으로 3년 만에 48% 증가했다.

삼성물산의 선수금 급증에는 해외사업에서 들어온 대규모 선수금이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까지만 해도 삼성물산의 해외사업 선수금은 3000억 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8732억 원까지 불어났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탓에 지난해 해외사업 선수금이 전년 대비 5배 가까이 증가한 한화건설을 제외하면 주요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선수금 변동 추이

◇ 업황 악화시 재무구조 훼손 '양날의 칼'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선수금 증가는 재무개선을 위해 반길 일이지만 선수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선수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수주 환경 변화가 발생할 경우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선수금 확보를 위한 수주 확대정책은 준공 시기에 임박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건설사 중 지난해 매출액 대비 선수금의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삼성물산(18.9%)이었다. GS건설(14.4%), 현대건설(11.5%), 대림산업(10%), 삼성엔지니어링(8.4%), 대우건설(7.5%)이 그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의존도 상승뿐만 아니라 선수금의 사용처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해외사업의 선수금을 받아서 해당 사업비로 쓰지 않고 일반적인 운전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해외사업 선수금 환급보증을 제공하는 기관들은 건설사가 선수금을 어떻게 쓰는지 세부적인 사항까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선수금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신용도가 좋은 건설사는 자율에 맡기고 신용도가 좋지 않은 곳에 대해서만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에스크로 계좌 등에 묶여 있는 해외사업 선수금을 사용할 때에는 해외건설협회에 소명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해건협의 판단에 따라 자금을 지급하고 있다.

선수금 의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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