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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억달러 제2 중동신화' 신기루였나 공기지연 손실 눈덩이..UAE 등 중동 플랜트 뇌관

길진홍 기자공개 2013-04-22 08:30:37

이 기사는 2013년 04월 22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업계가 해외사업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GS건설에 이어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에서 대규모 손실로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너도나도 ‘불똥이 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슷한 시기 해외사업을 늘린 다른 건설사들은 영업실적 발표를 앞당기는 등 투자자 달래기에 나서고 있으나 시장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실적악화 주범으로 꼽히는 '중동 플랜트'는 당분간 저가수주 논란 속에 재무건전성을 위협하는 불씨가 될 전망이다.

◇중동 플랜트 의존도 심화..초저가 투찰

국내 건설사들이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따낸 해외사업은 2447억 달러이다. 이 가운데 중동지역 물량이 1450억 달러로 전체의 60%에 달한다.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해외사업 수주행렬이 이어지면서 수주잔고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과당경쟁으로 마진이 박했지만 수익성을 따질 처지가 되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공사에 사활을 걸고 매달렸다.

곳곳에서 저가투찰이 잇따랐다. 사이펨, 페트로팍 등 유럽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초저가 수주경쟁이 벌어졌다. 낙찰가가 발주처 예상가액의 절반으로 떨어지는 일이 속출했다.

해외공사계약 현황
(자료: 해외건설협회 통계자료, 하청 물량 제외)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내 건설업체들이 중동에서 확보한 일감 대부분이 플랜트이다. 국내에서 이미 시공경험을 쌓은 터라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중동의 대규모 플랜트 공사실적은 해외 다른 곳으로 수주영역을 넓히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공사수주는 원유의 수송과 정제, 가스전 개발, 화공, 발전 등 공종을 가리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중동지역에서 따낸 플랜트 공사금액은 850억 달러(하청 제외)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사업을 마쳤으나 대부분이 내년 이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당시 출혈경쟁으로 제로 마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업이 지연될 경우 언제든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플랜트 공사는 대부분 중동의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따냈다. 조단위 초대형 프로젝트를 국내 기업들이 휩쓸다시피 했다. 업체별 수주액은 삼성엔지니어링이 151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GS건설이 89억 달러에 달했고, 대림산업(82억 달러), SK건설(71억 달러), 현대건설(70억 달러), 두산중공업(64억 달러), 대우건설(55억 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도로, 항만, 일반 건축 등은 수주가 급감하면서 중동 플랜트 의존도가 심화됐다. 삼성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의 경우 공사계약 총액의 76%가 플랜트에서 나왔다. SK건설, 두산중공업 등도 플랜트 공사가 계약총액의 70% 이상에 달한다.

중동플랜트공사계약


◇준공기일 넘겨 손실 누적..원가율 100% 육박

중동 플랜트 공사가 단기간 내 급증하면서 리스크 관리에는 구멍이 생겼다. 제한된 인력으로 예정 원가를 유지하기란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시공경험이 없는 사업까지 손을 뻗쳤다가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에 사업이 늘어졌다.

악성 사업장이 하나 둘씩 생겨났다. 발주처와 약속한 준공기일을 넘기는 경우가 속출했다. 일감 욕심에 수조원대 사업장을 수주한 게 화근이었다. 공사비가 끝없이 들어갔다. 완공 예정을 훌쩍 넘기면서 초과 지출비용이 매출로 잡히지 못하고 손실 처리됐다. 발주처에 페널티까지 물게 돼 손실은 더 불어났다.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수주한 중동 플랜트 공사 10건 중 1건은 준공기일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계약금액의 10%인 85억 달러어치의 공사 부실이 현실화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범위를 전체 공정으로 확대할 경우 악성 사업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공기지연 등에 원가율 상승은 건설사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중동 석유화학 플랜트 비중이 높은 건설사를 중심으로 원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SK건설의 경우 원가율이 무려 95%(2012년 말 기준)에 달한다. 영업이익률은 1%대로 주저앉았다. GS건설은 1.56%로 전년대비 5%포인트 하락했다. 현대건설도 3.98%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이 6%를 넘는 곳은 두산중공업 한 곳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사업을 합산한 수치로 해외사업만 따로 떼 낼 경우 원가율은 10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크다.

해외 건설사 이익률
(자료:감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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