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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해진 발주처·환율변동 '이중고' 유가하락 탓 고의 준공지연 속출..파생상품손실 노출

이효범 기자공개 2013-04-24 11:42:51

이 기사는 2013년 04월 24일 11: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사 해외사업의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잔금 회수 지연이다. 공사를 다 마쳤는데도 하자보수 등을 이유로 발주처가 공사비 지급을 꺼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준공승인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간접비가 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발주처들이 제 때에 잔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는 유가 하락과 관련이 깊다. 금융위기 이후 고수익을 기대하고 공사를 발주했는데 그 사이 유가가 빠지면서 현금흐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향후 생산 공정에서 손실이 예상되자 이 가운데 일부를 국내 건설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환율 변동에 따른 파생상품 손실이 건설업계 수익성 악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유가 추이
(두바이유 기준)


◇아람코·애드녹 등 발주처 쏠림현상 심화

국내 건설사들이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따낸 중동 플랜트 물량은 850억 달러에 달한다. 대부분이 석유화학 관련 공사들이다. 중동 산유국이 다운스트림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서 원유의 정제와 분해, 가공 등의 공사를 다수 따냈다. 특히 수조원대 초대형 프로젝트가 늘면서 발주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발주처별 공사계약금액은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인 애드녹(ADNOC)이 102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로부터 수주한 공사가 90억 달러에 달했다. 이 두 회사에서 나온 물량이 전체 수주액의 31%에 달한다.

아람코 발주 공사는 가스전 개발과 정유공장, 발전설비 프로젝트이다. 계약금액이 평균 5억 달러를 상회한다. SK건설과 대림산업,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공사를 독식했다.

애드녹은 자회사인 타크리어를 통해 르와이스 정유공장 프로젝트에서 무려 100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국내 건설업체에 발주했다. GS건설, 대우건설 등이 공사를 진행 중이며 내년 초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어 사우디전력회사(SEC) 57억 달러, 아부다비국영가스회사(GASCO) 31억 달러, 알제리국영석유회사(Sonatrach) 29억 달러, 쿠웨이트석유회사(KOC) 26억 달러, 사톱(SATORP) 24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중동플랜트 공사계약

◇준공 앞두고 무리한 하자보수 요구..잔금회수 지연

발주처 쏠림 현상은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특정 지역, 특정 발주처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불리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발주처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거절할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준공을 앞두고 이런저런 트집을 잡으면서 공사가 늘어지는 경우가 속출했다.

준공기일 연장
발주처 횡포는 주로 대형 공사에서 두드러졌다. 해외건설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들 사이에는 ‘아람코 스펙'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대형건설사 해외영업팀 관계자는 "아람코는 철근 한 조각을 구매하더라도 다른 발주처와 달리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한다"며 "자재 수급을 위해 요구 조건을 맞추다 보면 공사가 지연되기 일쑤"라고 했다.

아람코의 와싯 (Wasit) 가스개발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SK건설은 원가 상승으로 공사비 지출이 늘면서 고전하고 있다. 사우디 킹압둘라 석유연구복합단지(KAPSARC) 조성은 당초 지난해 준공예정이었으나 공기를 1년 이상 늘려 잡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6년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16억 달러 규모의 움샤이프(UmShaif) 해상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공사를 마친지 2년 여가 지났지만 잔금 40만 달러를 받지 못했다. 발주처가 부품 결함을 지적하며 잔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인력 확보에 차질이 발생해 고전한 경우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류미늄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가 대규모 손실을 봤다. 마덴 알류미늄 스멜터 항만프로젝트의 경우 발주처와 약속한 공사기일을 이미 넘겼다. 업계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데다 인력 수급 마저 원활하지 못해 공사에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금융위기 이후 해외에서 준공기일을 넘긴 사업장이 100억 달러(2009년~2011년 공사계약금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각 대형 건설사별로 평균 10억 달러 규모의 악성 사업장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환율변동에 따른 파생상품 손실도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대부분 건설사들이 통화선도계약(선물환)으로 받을 돈(공사비)과 나갈 돈(기자재 값)은 그대로 두고 예상 마진에 대해 헷지를 한다. 그러나 공사수익이 한꺼번에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장부상 파생상품 손실이 잡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원가율이 예정대로 유지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반대로 마진이 줄어들 경우 손실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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