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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깎고 보자' 수수료 덤핑 치열할듯 가격평가시 입찰가 낮을수록 평점↑…후보간 '눈치전'

한형주 기자공개 2013-06-07 10:01:44

이 기사는 2013년 06월 04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의 유상증자 주관사 입찰은 후보 간 수수료 덤핑을 유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공산이 높다. 가스공사의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면 이같은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가스공사가 지난달 30일 국내 13개 증권사에 보낸 RFP엔 평가항목 및 배점이 기술능력평가 80점, 가격평가 20점으로 제시돼 있다. 겉보기엔 기술능력평가에 압도적인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지만, 기술평가는 다시 △증자전략(30점) △공사 이해도(15점) △수행실적 및 역량(20점) △수행인력(15점) 등 세부항목으로 나뉘어 변별력을 크게 줄인다. 세부항목은 또 다시 2~3개 평가기준으로 쪼개져 있다. 각 배점폭은 5·10·15점으로 축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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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가격평가에선 수수료 하나만 본다. 기본수수료율(15점)과 잔액인수 수수료율(5점)을 합쳐 총 20점 배점이다. 여기서 기본수수료는 유상증자 업무에 따른 대가로, 거래 규모에 대한 비율로 표시한다. 잔액인수 수수료는 일반공모 후 발생할 수 있는 실권주에 관한 것이다. 예상 인수물량에 대한 비율로 표시토록 돼 있다.

가스공사를 포함한 공기업들은 입찰가격을 평가할 때 통용하는 산식이 있다. 가격평가 배점한도(20점)에 △입찰자들이 제시한 수수료율 중 최저치(최저입찰요율) △입찰 당사자가 제시한 수수료율(당해입찰요율)을 적용해 평점을 매긴다. 이번 가스공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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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산식엔 문제가 있다. 가장 낮은 수수료율을 써낸 후보는 최저입찰요율과 당해입찰요율이 같아져 최종 평점이 20점 만점이 된다. 입찰자의 트랙레코드(주관 실적)를 주로 보는 기술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았어도 가격평가를 통해 결과를 뒤집는 게 가능해진다. 딜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증권사라면 누구든 일단 수수료부터 깎고 보자는 식으로 덤벼들 수 있어 평가 자체의 의미가 퇴색된다.

이 때문에 공사들은 가격평가시 또 한가지 산식을 활용한다. 수수료율이 후보 간 평균치(추정요율)의 80%에 못 미치는 입찰자에 대한 평가 방법으로, 기존 산식에 △추정요율의 80% 상당 요율 △추정요율의 60% 상당 요율 △가격평가 배점한도(20점)의 10% 등 수치를 추가로 적용해 평점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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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나름대로는 입찰자가 수수료율을 지나치게 낮춰도 점수를 많이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밖에 가스공사는 체감·체증식 수수료율, 확정수수료금액 그리고 0% 이하의 요율을 기재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수수료 인하 경쟁을 막을 수 있을까. 이번 입찰에 4개 증권사가 참여한다고 가정해 보자. 후보 A는 1%, B는 0.7%, C는 0.4%, D는 0.1%의 수수료율을 각각 제시했다. 추정요율은 0.55%가 된다.

A와 B는 추정요율의 80%(0.44%)보다 높은 값을 써냈으므로 <산식1>을 적용해 평점을 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A는 2점, B는 2.85점의 점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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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요율의 80%보다 낮은 값을 써낸 C와 D는 <산식2> 적용시 각각 5.27점, 10.72점을 받게 된다. A-B-C-D 후보 간 수수료율 인하폭은 0.3%p로 같았다. 하지만 점수차는 A-B 0.85점, B-C 2.42점, C-D 5.45점으로 점점 벌어진다. 결국 수수료가 저렴할 수록 유리한 구조임은 변함이 없다. 수수료 덤핑 가능성도 여전히 유효하다.

가스공사 유상증자 주관사 경쟁에 뛰어든 증권사는 총 13곳. 전반적으로 입찰가격이 하향 평준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부 하우스의 경우 제안서에 적어낸 수수료율이 겹치는 상황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헐값 수수료를 바탕으로 트랙레코드가 우월한 증권사들이 주관사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IB업계에선 가스공사의 유상증자 규모가 최소 6000억 원 수준임을 감안, 주관·인수수수료율이 1%를 웃돌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GKL 상장 주관사 선정(2009년)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블록딜) 주관사 선정(2010년) △예보의 한화생명 지분 매각 주관사 선정(2012년) 입찰 등 사례를 통해 공기업 딜에서 주관사들이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은 수없이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증 부문에선 최근 3년래 최대의 딜로 꼽히는 2011년 LG전자 거래(9804억 원)에서도 수수료율은 45bp에 불과했다"며 "이번 가스공사 딜에서 기록적인 수준의 저가 수수료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각 하우스의 수수료 인하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 그 속에서 자신은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이번 주관사 선정전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가격입찰서를 작성하기까지 증권사 간 눈치보기 또한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안서 제출기한은 오는 10일 오후 3시까지다. 제안서 접수 마감 후 2~3일 내에 접수 순번으로 PT(제안설명회)가 예정돼 있다. PT 실시 전 숏리스트(적격예비후보)를 먼저 추릴지는 미지수다. 최종 주관사 선정 결과는 해당 증권사에 개별 통보한다.

가스공사는 가격 협상을 통해 공동주관사 제시요율의 평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수료를 재조정할 수 있다. 수수료 배정 방식은 '동등 배정'을 원칙으로 한다. 대표주관사에겐 수수료의 25%가 선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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