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또 빅 배스? BCC 등 부실자산 대규모 상각처리…2Q 순익 488억 그쳐
안경주 기자공개 2013-08-26 09:30:59
이 기사는 2013년 08월 16일 10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건전성 관리 실패의 결과물인가. 은행장 교체로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기 위한 빅 배스(Big Bath)인가.'KB국민은행이 올해 2분기 48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적자는 면했지만 3605억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낸 신한은행에 비해선 초라한 성적이다. 260조 원이 넘는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에 대한 지분법평가손실 등 일회성 요인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의 실적 부진이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계기로 이전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 현상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빅 배스'란 기업(은행)이 부실자산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으로 대표이사(행장) 교체 시 신임 행장의 부담을 덜고 실적 턴어라운드를 부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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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Q 순익 488억 원… 자산건전성 지표 하락
국민은행은 지난 7월 이건호 신임 행장 취임 직후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2620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쌓고 1202억 원의 BCC 지분법평가손실을 반영해 48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이는 전분기 대비 83.50%, 전년동기 대비 89.79% 감소한 수치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65.63% 감소한 3446억 원에 그쳤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데다 BCC와 관련한 지분법평가손실 1202억 원, 세무조사에 따른 추징금 500억 선반영 등 일회성 비용이 늘어나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또 순이자마진(NIM) 감소 등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건전성마저 악화됐다. 총자산순이익률(ROA)는 전분기 대비 0.23%포인트 하락한 0.27%로 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보다 하락 폭이 컸다.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전분기 대비 0.37%포인트 오른 1.92%를 기록했다. 기업여신 비중이 높은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같은 기간동안 신한은행(0.25%포인트)와 하나은행 (0.06%포인트)보다 크게 증가했다. 특히 국민은행의 기업 NPL커버리지비율은 88.66%로 지난해 4분기(139.55%)보다 40%포인트 이상 하락해 최근 3년래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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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게인(again) 2010년'
이 같은 현상은 3년 전 국민은행과 비슷하다. 국민은행은 민병덕 전임 행장이 취임한 직후 발표한 2010년 2분기 실적에서 1조 4980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335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그 결과, 수익성 지표인 ROA는 전분기 대비 0.68%포인트 하락한 0.13%에 그쳤다. 건전성 지표인 NPL비율과 연체율은 모두 급등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년 전 민병덕 전 행장이 취임했을 때도 부실자산을 털어내면서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며 "올해 이건호 국민은행장 취임 후 발표된 실적에서도 당기순손실이 나지 않았을 뿐 부실자산을 털고 가는 '빅 배스'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국민은행의 빅 배스 현상이 최고경영자(CEO) 교체기 때마다 나타난다는 점이다. 예컨대 2004년 11월 취임한 강정원 행장은 그해 4분기 3184억 원의 적자를 냈다. 연간 기준으로는 360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듬해 당기순이익은 2조 2522억 원으로 불어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그동안 CEO가 바뀔 때마다 취임 초기 적자를 낸 뒤 이듬해부터 흑자행진을 이어갔다"며 "아직 올해 하반기까지 시간이 있지만 단기 업적주의에 매몰되면 비슷한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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