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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정밀화학, 깊어가는 '신사업' 고민 전방위 신사업 추진..태양광 악재 속출, 차입금도 대폭 늘어나

김익환 기자공개 2013-09-04 10:20:15

[편집자주]

삼성그룹은 '전자'와 '후자'로 나뉜다는 말은 구문이 됐다. 삼성전자의 짙은 그늘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던 삼성그룹 유화계열사가 최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유소 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태양광을 비롯한 신사업에서도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기복 없는 현금창출력도 눈에 띈다. 그룹 후계구도의 중요한 퍼즐 조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후자' 삼성 유화계열사의 현재를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13년 08월 30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66년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한다. 사카린을 밀수 사건에 책임을 지는 차원이었다.

정부는 1994년 공기업 민영화의 하나로 한국비료 매각을 추진했다. 삼성은 당시 입찰 예상가인 1300억 원보다 1000억 원이나 웃돈을 얹은 2300억 원에 한국비료를 인수했다. 선친의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의중이 과감한 베팅에 반영됐단 평가가 나왔다. 한국비료는 얼마 후 삼성정밀화학으로 사명을 바꾼다.

삼성정밀화학의 모태사업은 비료 생산·판매업이다. 하지만 2011년 비료사업을 중단하고 다채로운 신사업에 나섰다. 문제는 신사업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태양광 사업부터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불어나는 차입금도 신경이 쓰인다.

◇ 비료사업 털고 신사업 속도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6월 1일 계열사인 삼성코닝정밀소재로부터 2차전지용 양극화 설비를 25억 원에 매입했다. 규모는 작지만 삼성그룹에서 양극 활물질 사업을 삼성정밀화학이 전담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삼성정밀화학은 2011년 3월 일본 세라믹업체인 토다공업과 2차 전지소재 양극화 합작사인 STM을 설립했다. 양극재를 연간 2500톤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 2차 전지 소재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2차 전지 완제품을 생산하는 삼성SDI와 시너지도 예상된다.

삼성정밀화학이 양극재를 비롯해 신사업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원가경쟁력이 낮은 암모니아·요소·메틸아민·DMF·개미산 제품에 대한 생산을 중단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미국 태양광 업체인 MEMC와 손잡고 에스엠피(SMP)를 세우며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에도 진출했다. 삼성정밀화학은 2000억 원을 출자할 계획으로 울산에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친환경 소재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자연히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생산할 에스엔폴을 2011년 설립했다.

역시 친환경 소재 업체인 미국 바이오엠버(BioAmber)의 지분 2.36%, 환경소재 전문 벤처기업인 리드제넥스 지분 8.86%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바이오엠버는 지난 7월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자 삼성정밀화학은 적잖은 투자 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주력인 셀룰로스, ECH, 접착제 원료인 메셀로스를 비롯해 정밀화학 사업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 신사업의 그림자...태양광 먹구름

신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태양광 사업부터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태양광 기초소재 폴리실리콘 생산 설비 완공을 앞두고 소방형 물탱크 폭발사고가 나면서 사업일정이 꼬였다.

지난 7월 26일 오후 울산 만구 폴리실리콘 공장 공사현장에서 물탱크가 터지면서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사고로 삼성정밀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설비 공사도 한동안 중단됐다가 최근 다시 진행되고 있다.

공장이 가동된다 해도 폴리실리콘 시황이 악화돼 실적전망도 어둡다. 공급과잉으로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1년 한때 킬로그램(Kg)당 70달러를 웃돌았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2012년말부터 2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2013년 상반기에도 16~17달러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폴리실리콘 사업에 이제 막을 발을 디딘 삼성정밀화학의 폴리실리콘 공장이 돌아가도 수익이 날지는 안갯속이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최근 폴리실리콘 공장 공사가 재개됐으며 올해말 준공 내년 하반기 상업생산 계획은 변함이 없다"며 "규모의 경제보다는 공정개선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을 절감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차입금 증가속도 빨라...현금창출력 복구될까

신사업을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해 부쩍 차입금을 늘려나가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50년 가까이 안정적인 비료사업을 바탕으로 견고한 재무구조를 유지해왔다. 2011년까지 무차입경영을 지속해왔고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기록했다. 그런 바탕 덕분에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은 58.9%, 이익잉여금 5647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지켜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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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입금 증가속도가 빠르고 현금창출력이 다소 흔들리고 있다. 상반기 차입금은 3284억 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두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58.9%)도 지난해말 대비 19.5%포인트 증가했다.

과거 비료사업처럼 안정적인 현금창출원도 없다. 물론 셀룰로스를 비롯한 정밀화학이 제몫을 하고는 있다. 다만 정밀화학 제품의 시황악화로 올해 상반기 4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폴리실리콘을 비롯한 신사업이 기존 사업 부진을 메울지도 미지수라 재무구조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2011년을 기점으로 신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투자비가 많이 소요돼 차입금이 다소 늘었다"며 "하반기 들어서 정밀화학 분야 수익성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고 신사업도 계획대로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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