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악재 뚫고, 한국물 252억불 발행 [thebell League Table/KP]갖은 악재로 상반기 부진, 하반기 발행 집중
한희연 기자공개 2014-01-02 14:16:15
이 기사는 2013년 12월 31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3년 국내계 해외 공모채권 시장은 유난히 많은 악재에 부딪혔다. 연초에 발행이 몰릴 것이라던 예상은 정부의 외화차입 억제(2월)와 북핵 이슈(3월)의 등장으로 여지없이 빗나갔다. 악재를 넘어 시장이 활기를 찾을 만하니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발언이 나왔다.발행시장은 오히려 하반기에 바빠졌다. 상반기 계획됐던 물량들이 밀린데다 내년 만기도래를 앞둔 발행사들이 양적완화로 인한 변동성을 우려해 미리 조달에 나서면서 시장이 북적댔다.
발행환경에 변수가 늘어나자 다양한 조달 수단들이 등장했다. 수출입은행이 처음 시도한 그린본드, 3년 만기 변동금리부채권(FRN), 기존 채권의 리오픈 활성화 등이 이어졌다. 지역별로는 동남아 시장이 부진했던 반면 유로시장이 각광을 받았다.
◇ 北도발, 버냉키 효과 등으로 상반기 주춤…하반기 부지런히 조달해 연간 252억불 넘겨
더벨이 집계한 '2013년 국내기업 해외 공모채권 발행 주관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연간 발행된 한국물은 252억 2654만 달러 규모를 기록했다. 322억 달러가 넘는 규모로 사상최대 발행을 기록했던 2012년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212억 달러를 나타냈던 2011년 보다는 컸다.
1분기 53억 달러, 2분기 47억 달러 등 다소 발행이 주춤했지만 3분기와 4분기 각각 75억 달러가 넘는 한국물이 발행되며 활기를 되찾았다. 2012년의 상고하저의 흐름과는 반대였다.
연초 달러, 엔, 스위스프랑, 호주달러 등 다양한 통화의 발행이 시도되며 전방위 조달이 이뤄지는 듯 했지만 2월 들어 135일 규정(rule) 등 회계이슈와 외화차입에 대한 정부의 억제 분위기 등으로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해외차입이 뜸해졌다. 3월에는 북한이슈가 예기치 못한 걸림돌로 작용했다. 4월 초 발행 타이밍을 엿보던 발행사들은 3월 말 터진 북한의 핵 관련 위협으로 계획을 일부 연기해야 했다.
한달 간 공백을 거친 한국물 발행시장을 열어 젖힌 것은 데뷔 이슈어인 대구은행이었다. 대구은행 유로본드 이후 한국수출입은행 유로화채권, 현대캐피탈 캥거루본드, 한국산업은행 유로화채권, 한국정책금융공사 캥거루본드, 한국산업은행 사무라이본드 등 한국물 발행은 5월 말까지 순조롭게 이어졌다.
5월 말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조기축소 가능성을 시사하자 해외채권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한국물 뿐 아니라 아시아 크레딧물 전체의 가산금리가 올랐다. 한국물의 경우 5월 말 10~40bp 가량 상승폭을 나타냈다. 버냉키의 입은 5월 말에서 한달 넘게 한국물 발행시장을 꽁꽁 얼렸다.
7월 초 한국석유공사는 스위스프랑화 채권 발행을 성사시키며 한국물 발행을 재개시켰다. 3, 4분기 해외채권 시장은 양적완화 조기축소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작용해 변동성이 큰 장이 이어졌다. 하지만 2014년 대규모 만기도래에 대한 부담과 상반기 부진의 반작용으로 한국물 발행이 하반기에 크게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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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발행방식 고민…유럽지역 조달통화 인기 두드러져
발행방식은 더 다채로워졌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그린본드 발행을 아시아계 금융기관 최초로 성사시키면서 신기원을 열었다. 그린본드는 사회적책임투자(SRI) 관련 투자를 하는 연기금이나 펀드 등 이전과는 다른 투자자층을 확보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5년 만기 고정금리채권의 홍수 속에 조금이라도 금리 상 이득을 취해보고자, 몇 년간 발행이 뜸했던 3년 만기 변동금리부채권(FRN) 발행도 시도됐다. 3년물 FRN은 한국수출입은행이 9월 3년과 5년 만기의 듀얼 트렌치로 시도한 이후 시중은행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자산-부채 만기매칭 상 변동금리채권 발행이 은행계 발행사에게 유리했다. 국민은행이 10월 5억 달러의 글로벌본드를 3년 FRN으로 발행한 데 이어 11월 하나은행이 3억 달러를 발행했다.
통화별로는 유럽지역 통화의 인기가 대단했다. 3월 한국수출입은행은 영국 파운드화 채권 발행을 처음으로 시도, 3억 파운드 규모의 스털링 본드를 발행했다. 한국물로는 지난 2006년 한국산업은행 이후 최초였다. 영국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후 보수적이었던 영국 투자가들이 타국 기업에도 관심을 돌리기 시작하자 이 타이밍을 선점한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4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물이 전무했던 유로화채권 발행에 도전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5년 만에 유로화채권 시장에 뛰어들어 7년 만기 7억 5000만 유로를 발행, 한국물 벤치마크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5월 한국수출입은행의 리오픈 발행, 5월 한국산업은행의 5년물 채권과 7월 리오픈 발행, 10월 한국가스공사의 5.5년 만기 채권, IBK기업은행의 5년 만기 채권 등 한국계 유로화 채권 발행이 이어졌다.
SK종합화학은 9월 자회사인 SK글로벌케미칼홍콩을 통해 올해 유일한 한국계 딤섬본드 발행을 성사시켰다. SK종합화학 입장에선 사상 첫 해외채권 자체발행의 의미도 갖고 있다. 한국계 딤섬본드는 지난 2011년 6월 CJ제일제당이 첫 시도됐다. 2012년 2월 롯데쇼핑이 현지 자회사를 통해 발행한 이후 2012년 한해 동안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현대캐피탈 신한은행 등의 발행이 이어졌지만 2012년 9월을 끝으로 발행이 위축된 상황이었다. 1년 간의 딤섬본드 공백을 새내기 발행사인 SK종합화학이 깬 셈이다.
올해 발행된 한국물의 통화별 구성을 살펴보면, 역시 다수는 미국 달러화 채권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달러 외에는 유럽지역 통화의 강세가 눈에 띈다. 그 뒤를 유로화가 14% 비중으로 이어 돌아온 G3 통화의 면모를 과시했다. 스위스프랑화의 경우 8%를 차지, 지난해에 이어 주요 조달수단으로 자리매김 했다.
2012년 달러 다음으로 조달이 많이 이뤄졌던 엔화는 2013년엔 8%의 비중을 보이며 4번째로 순위가 밀렸다. 호주 달러화는 5%의 비중을 보였다. 태국 바트화는 2%의 비중을 나타냈다. 연초 반짝 발행되다 이후 바트화 채권 시장은 잠잠했다. 파운드화는 한국수출입은행의 발행으로 오랜만에 한국계 해외채권 조달통화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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