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3월 14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최초의 보험은 해상보험이다. 근대 초기 영국 런던의 로이즈 찻집에서 금융업자와 선주가 항해에 따른 난파 위험을 놓고 보험계약을 맺은 것이 시초다. 손해보험회사 상호에 '해상(Marine)'이라는 명칭이 붙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국내 손해보험산업의 성장 과정에서도 해상보험은 시발점 역할을 했다. 1970년대 해상, 화재, 특종보험 같은 기업보험은 경제개발의 안전망 역할을 했다. 이후 1980년대에는 자동차보험이 손해보험산업의 성장 동력 역할을 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부터는 새로운 상품이 등장했다. 바로 장기손해보험이다. 장기손해보험은 만기가 3년 이상이고, 위험보상 외에 저축 기능이 추가된 상품이다.
장기손해보험 덕분에 국내 손해보험산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2000년 6조 원에 불과했던 장기손해보험 원수보험료는 2013년 40조원으로 7배 가까이 불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 전체 원수보험료가 14조원에서 68조원으로 증가했다. 장기손해보험이 전체 원수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에서 59%로 늘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75%가 생명보험 또는 장기손해보험에 가입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
장기손해보험 중심의 성장 이면에는 무서운 진실도 숨어 있다. 덩치 키우기에 급급하다 보니, 손해보험 고유의 영역인 해상보험 등 이른바 일반손해보험을 포기한 것이다.
삼성화재의 사례가 시사적이다. 삼성화재의 장기손해보험 비중은 2000년 44%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60%에 근접하고 있다. 반면 과거 10%대였던 일반손해보험 비중은 7%대로 쪼그라들었다. 물론 3조원대에 불과하던 원수보험료는 16조원대로 5배 이상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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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손해보험 포기의 대가는 컸다. 먼저 보험요율 산출 능력이 떨어졌다. 현재 국내 손해보험사가 일반손해보험 요율을 산정할 때, 재보험사가 제시하는 가격(재보험자 협의요율)을 사용하는 비중이 80%(상해·보증보험 제외, 아래 그래프 참고)에 이른다. 삼성화재도 다르지 않다. 이는 장사꾼이 자신이 파는 상품의 원가를 제대로 모른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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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이든 선박이든 공장이든 기계든 담보물건의 위험을 제대로 평가해서 가격을 산출할 수 없다 보니, 해외 진출은 언감생심이다. 현재 삼성화재의 해외진출은 7곳(법인설립 기준)에 불과하다. 유럽, 미국, 싱가포르 등은 2011년에서야 진출했다. 삼성화재가 일찌감치 일반손해보험을 키웠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삼성화재는 정말로 '금융의 삼성전자'가 됐을 수도 있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2014년을 글로벌 일류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장기손해보험만으로는 국내 1위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104개 해외 사업장을 타고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글로벌 기업으로, '금융의 삼성전자'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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