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손보, 나홀로 고배당…지배구조 때문 [지배구조 분석]농협중앙회 배당 불가피…금감원도 조건부 수용
안영훈 기자공개 2014-04-09 08:50:20
이 기사는 2014년 04월 08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보가 자본적정성 규제를 내세운 금융감독 당국의 보험사 배당 자제 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지난해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배당성향은 70%에 육박했다.◇ 농협생·손보, 지급여력 하락에도 배당성향 68.2%
농협생명과 농협손보는 지난 3월2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2013 회계연도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농협생명은 주당 844원 씩 총 957억 원을, 농협손보는 주당 3167원 씩 총 380억 원을 배당키로 했다. 양사의 배당성향은 각각 68.2%로,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배당성향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2%포인트, 36%포인트나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2년부터 자본적정성 규제 강화에 대비해 배당 자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고배당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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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순이익 증가로 배당금이 늘어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업계 평균을 밑돌고 있어 이익잉여금의 내부유보가 더 적합한 상황이다. 실제로 농협생명의 지난해 12월 말 지급여력비율은 262.1%로 지난해 9월 말 대비 66.9%포인트나 하락했고, 업계 평균(286.2%)보다도 낮다. 여기에 957억 원에 배당까지 겹치면 농협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250%대로 떨어진다.
지난해 12월 말 217.5%의 지급여력비율을 기록한 농협손보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9월 대비 지급여력비율이 32.7%포인트나 하락했고, 380억 원의 배당 이후 지급여력비율은 업계 평균(261.1%)은 고사하고 안정권으로 불리는 200%에도 못 미치는 193.6%까지 떨어지게 된다. 특히 농작물재해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농협손보의 경우 태풍피해 여부에 따라 당기순이익 변동 폭이 큰 상황이라 언제든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하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 지배구조상 배당 자제 '무리'…금감원, 조건부 고배당 허용으로 우회
변동성이 큰 수익구조, 업계 평균 미만 지급여력비율 등을 내세워 금융감독원은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에 대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배당자제를 권고했다. 하지만 고배당 정책의 이사회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신경분리로 민영 보험사로 편입됐지만 '농협생·손보→ 농협금융지주→ 농협중앙회→ 단위조합'으로 이뤄지는 지배구조 탓이다.
농협생보와 농협손보는 농협의 신경분리로 지난 2012년 농협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설립됐다. 하지만 농협금융지주는 여전히 농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의 주축이며, 농협의 신용사업은 농협 본연의 활동에 필요한 자금과 수익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배당금은 농협금융지주를 통해 농협중앙회로, 최종적으론 농업인들로 이뤄진 단위조합으로 넘어간다. 개인 오너에게 배당금이 넘어가는 일반 민영 보험사와는 현격히 다른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농업인에 대한 공공재원으로 배당금이 사용되기 때문에 무조건 배당을 자제하라고 압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신 금융감독원은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고배당 정책 수용의 대가로 지급여력비율 하락시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의 즉각적인 자본확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농협생명은 2012 회계연도에 벌어들인 1098억 원의 당기순이익 중 483억 원을 농협금융지주에 배당했고, 3개월 후인 지난해 6월 지급여력제도 규제 강화에 맞춰 농협금융지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700억 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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