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개편]삼성화재·증권 지분거래 나서나…금융지주 포석금융섹터 출자구조 간명화..지주 전환해도 삼성전자 지분 매각 7년의 여유
문병선 기자공개 2014-05-16 08:08:10
이 기사는 2014년 05월 15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섹터별 출자구조 간명화 작업의 두번째 대상 분야는 금융이다. 지난해 제일모직에서 패션을 떼어 내고 삼성SNS와 삼성SDS의 합병을 발표하자 삼성전기·물산·중공업 등은 기다렸다는 듯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6.38%를 삼성생명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이 거래는 흩어져 있던 금융계열사 소유 지분을 한 곳에 몰아주는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뒤이어 삼성카드는 삼성화재 지분 0.63%을 삼성생명에 매각했다. 또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을, 삼성증권은 삼성선물을 완전자회사(100%)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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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에서 패션을 떼어낸 이유가 전자·소재 섹터 '묶음화'였다면 삼성카드 등 지분 거래는 바로 금융 섹터 '묶음화'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 섹터내 지분 간소화 작업이다. 후속 조치들이 올해들어 계속된 것만 봐도 당분간 이런 방식의 섹터내 지분 간명화 작업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며 "세계 각지의 거점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특히 연구개발센터는 24시간 멈추지 않는 두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의중에는 전자·소재 및 금융 등 섹터내 계열사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킨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과거와 달리 산업은 기존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복합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는 이미 어느정도 미래 지배구조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끝내고 그 키워드 중 하나로 '기술의 융·복합화'를 설정하고 있다.
후계승계 측면에서만 봐도 전자·소재에 이은 2착으로 금융 분야에 먼저 손을 댄 까닭은 금융과 전자·소재 섹터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이 없이는 삼성전자를 경영할 수 없다"며 "삼성생명은 이재용 부회장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부터 삼성그룹 후계구도를 전망할 땐 늘 전자와 금융이 이재용 부회장의 몫으로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우면서 삼성그룹 금융 섹터 출자구조 정비는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범삼성가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상속 또는 증여를 한다고 가정하면 거액의 세금(일반적으로 상속세율 및 증여세율은 30억원이 초과하면 50%)을 물어야 하는데, 만일 그 이전에 삼성생명을 2개 회사(투자회사,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투자회사의 지분을 물려주면 절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삼성그룹의 각 디비전(Division) 중에서 금융부문 출자구조 간명화 작업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7년 가량의 법적 규제 여유가 있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범삼성가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지 않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홀딩스 체제에 대비한 출자구조 정비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나 삼성에버랜드 등을 2개 회사로 인적분할한 후 지분 스와프(Swap) 등에 나서면 복잡하게만 보이는 삼성그룹 지분승계 또는 상속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이런 전망의 근거다. 따라서 기업 분할 이전 소소하게 얽힌 출자구조를 간명화하고 있고 이런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우선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거래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은 잇단 지분거래를 통해 삼성카드 지분을 34.41%까지 늘렸고 삼성자산운용을 자회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핵심 자회사인 삼성화재 지분은 10.98%에 불과하고 삼성증권 지분은 11.14%에 불과하다. 지주회사로 가기 위해선 이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다행히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은 적지않은 자사주를 갖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13.47%의 자사주를, 삼성증권은 2.65%의 자사주를 갖고 있다. 삼성화재는 다시 삼성증권 지분 8.02%를 들고 있다. 계열사들이 이 지분을 삼성생명에 몰아주면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24% 가량을, 삼성증권 지분 22% 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삼성문화재단과 삼성복지재단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 3.42%나 삼성물산과 삼성문화재단이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 0.52%도 있다. 계열사간 출자구조 간명화 작업을 통해서만 어느정도 금융지주회사에 대비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보유한 제조업 지분이다.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지주회사법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비은행지주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됐다.
규제 완화 차원에서 지난 2009년 허용됐던 비은행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 지배 특례안이 금산분리 강화 분위기에 이끌려 이번에 삭제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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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은 삼성전자 지분 8.74%를, 호텔신라 지분 11.70%를, 삼성물산 지분 4.79%를, 제일모직 지분 4.68%를, 에스원 지분 9.54%를 갖고 있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보험지주회사(비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이들 제조업 계열사 지분에 대한 처리 방안이 미리 마련되어야 한다. 시가로 얼추 20조원에 달하는 지분이다.
다행히 비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하더라도 5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고 추가로 2년의 유예기간을 더 받을 수 있어 당장 큰 문제는 아니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이재용 부회장이 금융 섹터 지배력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당근이고, 금융지주회사 전환 이전까지 출자구조 간소화에 나설 것"이라며 "그 이후 선택은 사회 및 입법 분위기에 의해 변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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