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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 현지화 포기…"여신정책 한국기업에 안맞아" [한국씨티은행의 실패]⑤일시적 재무기준 미달에도 등급강등

송주연 기자공개 2014-07-11 08:32:56

[편집자주]

2014년은 한국씨티은행 출범 10주년이 되는 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씨티는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한국 시장에서 엄청난 변화와 혁신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됐던 한국씨티가 진출 10년만에 구조조정이라는 실패를 선언한 것이다. 머니투데이 더벨은 씨티은행이 한국에서 실패한 원인을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4년 07월 0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의 실패에는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여신정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 기업의 특성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현지화를 포기하고, 글로벌 씨티의 기준을 강요하다 보니 기업고객이 떠난 것이다.

한국씨티는 부실징후가 한 차례라도 포착되면 가차 없이 내부 등급을 강등시킨다. 기업 규모, 거래 기간, 미래가치 등 그 어떤 요소도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씨티그룹의 신용정책(credit policy)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게도 벽이 높은 한국씨티의 여신기준을 중소기업이 충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씨티가 활용하는 신용평가등급 모형은 씨티그룹이 한국 기업의 재무정보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지역별로 평가모형은 다르지만 1~10등급의 등급체계는 동일하다. 등급에 따른 부도확률은 씨티그룹 기준에 따라 전 세계 씨티은행에서 동일하게 평가된다. 글로벌 씨티 기준에 따르다 보니 한국씨티의 여신정책과 리스크관리 기준은 매우 보수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씨티는 신용등급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이하 여신' 등으로 분류하지 않고 신용등급평가와 건전성 평가를 따로 해 반영한다"며 "현재 신용등급이 5등급인 기업도 내부기준에 따라 고정으로 분류되면 곧바로 7등급으로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정책상 요주의로 분류되면 신용등급을 유지시키지만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되면 7등급 이상 신용등급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부기준은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보다 훨씬 엄격하게 관리되는 것으로, 실제 여신집행 및 리스크관리에는 내부기준이 활용된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여신기준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씨티는 신용관리 규율(Credit discipline)도 매우 엄격하다. 보수적인 리스크관리 원칙에 따라 부실징후가 나타나면 재무정보에 반영되기 전에 미리 건전성을 재분류한다. 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 등 리스크관리를 위한 내부 기준을 정해 일시적으로라도 기준에 미달하면 내부등급을 낮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씨티는 채무기업이 한 번이라도 부실징후를 보이면 곧바로 정상에서 요주의로 분류하고 실제로 부실이 발생하면 고정이하로 강등시켜 버린다"며 "일반적으로 요주의는 정상거래가 가능한 기업으로 보지만 씨티는 요주의로 분류하면 여신 증액을 금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씨티에서 요주의로 분류된 기업이 다른 은행에서는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되는 이유가 바로 이같이 엄격한 기준 때문"이라며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는 매우 관리를 잘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고객충성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한국씨티의 여신정책과 리스크관리 체계는 국내 중소기업에 매우 부적절하다"며 "안정적인 기업도 경우에 따라 잠시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 있는데, 여지를 주지 않고 기계적인 기준에 따라 잘라내 버리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은 매우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그래프1
(단위 : 억원, 자료 :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실제로 한국씨티의 중소기업 대출액은 2005년 이후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고, 2011년을 기점으로는 잔액 자체가 줄었다. 2011년 말 7조5714억 원이던 대출잔액은 2013년 말 6조6792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31.4%에서 30.2%로 줄었고 올해 3월 말에는 29.9%를 기록, 20%대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비중은 35% 수준을 유지했다.

씨티은행 그래프2
(자료 : 금융통계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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