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헛물만 켠 분쟁광물 조사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분쟁광물 사용 여부 '불확실' 보고...수출길 난항 겪을수도
권일운 기자공개 2014-07-10 07:01:00
이 기사는 2014년 07월 09일 11시3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디스플레이가 자사 제품의 분쟁광물 사용 여부를 밝히는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헛물만 켰다. 미국 정부가 분쟁광물 사용 기업들에 대한 직간접적 제재 의사를 밝힘에 따라 LG디스플레이 제품의 대미(對美) 수출길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3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자사의 디스플레이 제품에 분쟁광물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Undeterminable)"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수천 곳에 달하는 협력사들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일부 협력사의 관리가 미흡해 조사 내용의 신뢰성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분쟁광물은 DR콩고를 비롯한 아프리카 분쟁지역 10개국에서 인권유린을 통해 채굴되는 4대 광물(주석, 텅스텐, 탄탈륨, 금)을 일컫는다. 미국은 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경제적 제재의 일환으로 기업의 분쟁광물 사용을 자제하게끔 유도해 채굴자금이 반군의 군자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0년 도드-프랭크 금융규제개혁법안을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모든 상장사에 대해 분쟁광물 사용여부를 보고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토록 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에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주식예탁증서(DR)가 상장돼 있어 정보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분쟁광물 규제는 1차적으로는 미국 상장기업에만 적용되지만, 이들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고객사가 미국 증시 상장기업일 경우에는 고객사 요청에 따라 자사 제품 원료의 원산지 증명 의무가 생기는 까닭이다. 기업간(B2B) 거래 비중이 높은 LG디스플레이에게는 숙명이나 다름없다.
LG디스플레이는 미국 증시 상장 여부도 문제지만, 해외 매출 비중이 90%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도 분쟁광물 사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수 밖에 없다. 1분기 기준 LG디스플레이의 미국향(向) 매출은 8.6%정도다. 12.2%의 매출 비중을 갖는 유럽도 분쟁광물 규제 입법에 나설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 상당수도 최종소비지는 미국과 유럽 등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분쟁광물 규제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미국과 EU로의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고자 '분쟁광물 규제 대응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분쟁광물 규제 대상 기업으로 LG디스플레이를 꼽은 무역협회는 " 분쟁광물 사용여부를 제출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고 부도덕한 기업으로 간주돼 불매운동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력사들의 경우 고객사의 자료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원산지 증명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납품 계약이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LG디스플레이도 분쟁광물 규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력사들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1차 협력사부터 광물 제련소를 포함해 수천 곳에 대한 실사를 벌였다. 조사 용역비만 1억 2600만 원을 썼다. LG디스플레이의 연간 회계감사 용역비가 9억 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가 상당한 공을 들인 분쟁광물 사용여부 조사는 사실상 "모르겠다"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왔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협력사에 대해 전수조사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며 "협력사들에 대해 분쟁광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유도는 하고 있지만,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확답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까지의 분쟁광물 규제는 단순히 사용 여부를 공개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데 그치지만, 파급효과는 더 클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윤리경영을 중시하는 미국과 유럽의 특성상 협력사의 분쟁광물 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발전될 경우 거래 해지도 불사하겠다는 현지 기업들의 정서 탓이다. 따라서 LG디스플레이 역시 사용여부 조사에 그치지 않고, 대체재 발굴에 나서야 하는 현실이다.
분쟁광물 사용 중단은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분쟁광물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찾거나, 분쟁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생산된 광물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일단 LG디스플레이 자체적으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고 있지만, 협력사들은 분명히 수익성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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