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7월 21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의 대주주 명단에는 'L제1투자회사, L제2투자회사' 등 이름만 들어서는 누구인지 알기 어려운 정체불명의 대주주가 많다. 이런 사명을 갖고 있는 곳은 모두 11곳으로, 총합 72.65%의 호텔롯데 지분을 갖고 있다.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의 호텔롯데 지분 19.07%보다 많은 지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 정체불명의 회사가 어떤 법인인지 알려진 게 없었다.지난해 11월 이후 자본시장 미디어 더벨의 지적과 금융감독원의 노력으로 'L제1, L제2, L제3'으로 사명이 시작되는 이들 투자회사의 정체가 일부 공개됐다.
호텔롯데는 최대주주 '롯데홀딩스'의 재무 및 계열사 현황을 지난해 11월부터 정기보고서에 담기 시작했고 롯데알미늄은 최근부터 최대주주 'L제2투자회사'의 재무 현황과 소재지 등을 간략하게나마 공시하기 시작했다.
경남은행을 인수해 은행 부문에서 덩치를 키워가는 BS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이자 국내 금융계는 물론 유통업계를 호령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대주주 현황이 하나 둘 공개되고 있다는 건 꽤 의미있는 진전이다.
우선 형제간 지분 경쟁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됐다.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를 장악하고 있는 호텔롯데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차남간 지분경쟁이 벌어진다면 한국에서 안정적 성장을 구가하던 롯데그룹 회장 입장에서는 참극이 아닐 수 없다. 훗날의 일이긴 하지만 분명 최대주주 리스크다. 이미 롯데제과의 경우 장남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간 지분 경쟁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많을 정도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지분을 다량 갖고 있는 'L제1, L제2' 투자회사의 면면이 공개되면 실제 두 형제가 현재 지분 경쟁을 하고 있는 건지, 단순 투자를 하고 있는 건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예컨대 이번에 롯데알미늄의 최대주주인 L제2투자회사는 과거 일본 '롯데상사'에서 분할한 업체로 드러났다. 최대주주 현황 공시 요구에 따라 롯데알미늄이 정기보고서에서 밝혔다. 이를 기초로 과거 롯데상사의 대주주 현황을 추적해 L제2투자회사의 주주현황을 역추정하면 근소하게 나마 L제2투자회사가 누구 소유인지 알 수 있다.
또 롯데그룹이 그동안의 자세에서 벗어나 외부 공시와 IR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도 간과하기 어렵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과거 미진했던 정보공개 등을 더 꼼꼼히 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라며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하나 둘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보수적이라는 편견을 받고 있던 롯데그룹이 자세 변화를 꾀하고 있는 건 그룹 규모에 걸맞는 시스템 구축 노력의 일환이다. 호텔롯데 및 롯데알미늄 최대주주 공개도 이런 연장선에서 나왔다.
물론 이건 시작일 뿐이다. 현재까지 밝혀진건 L제2투자회사와 L제12투자회사다. L제2투자회사는 과거 일본 롯데상사에서, L제12투자회사는 과거 일본 롯데리아에서 분할 설립된 회사다. 롯데그룹 경영효율화를 위해 인적분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직도 10여곳이 남았다.
이 모든 투자회사의 면면이 확인되면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호텔롯데의 대주주가 비로소 밝혀진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여전히 일본 전 계열사를 움켜쥐고 있는지, 아니면 신동주·동빈 형제가 나주어 갖고 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두 형제 중 한쪽으로 기울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다가올 롯데그룹 2세 시대를 조망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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