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현대重, 저가수주·헤비테일·해외손실 삼중고 '허덕' [1등 기업의 위기]⑥수익성 바닥으로 추락…고부가 창출, 원가절감 등 관건

한형주 기자공개 2014-08-20 13:26:40

[편집자주]

1등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주요 산업의 대표기업이 수익성 저하와 재무구조 악화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별로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실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내 1위 기업이 봉착한 위기의 실상과 자구안의 실효성을 살펴보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14년 08월 14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국내 '빅3' 조선사 중 가장 우수한 신용등급(AA+)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1위 조선사에 대한 공고한 시장 신뢰 덕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은 조선 업황의 장기 침체 속에 차츰 빛을 잃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누렸던 호경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누가 봐도 낮다. 상선 시장 부진에 대응해 해양 플랜트 사업 비중을 확대한 결과 불과 몇해 전만 해도 업황 부진에도 수익성은 양호하게 유지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내 △저가 수주 물량의 매출 인식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의 대금 회수 증가로 수직강하했다. 동시에 재무 부담은 가중됐다.

이 가운데 중국 조선 업체들이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어 글로벌 육상·플랜트 시장의 경쟁은 격화되는 추세다. 이 또한 현대중공업의 단기 수익성 개선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로선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고 원가 절감에 힘쓰는 것 외에 도리가 없는 상황.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얘기다.

◇저가 수주·헤비테일·경쟁 심화→재무 안정성 저해

현대중공업의 성장은 한국 조선업 발전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한다. 지난 1973년 현대조선중공업으로 설립된 이래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국내 최대의 종합 중공업 메이커로 발돋움했다. 조선·선박용 대형 엔진 부문에선 지난 10여년 간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조선 강국으로 거듭난 데도 기여한 바 크다.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포함한 합산 수주 잔량은 세계 조선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한다. 이 속에서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능력과 노하우, 다양한 사업(해양·플랜트·엔진기계·건설장비·전기전자 등) 영위 등 특장점을 무기로 조선 시황 변동에 가장 능동적으로 대처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2007년까지 조선업 호황의 영향으로 이후에도 수년 간 현대중공업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규모는 크게 확대됐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연 2조 원 이상의 EBITDA로 경쟁사 대비 월등한 규모를 유지했다. EBITDA/매출액도 10% 전후의 우수한 수준을 나타냈다.

clip20140813171046
*출처: 한국기업평가

그러나 이후 상황은 급반전했다. 조선 업황 침체가 지속되면서 선가 하락분이 매출에 본격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조선사가 갑이던 시절은 막을 내렸다. 과거 같으면 발주처(선사)에 "선수금 많이 내라"는 식의 배짱 영업이 가능했지만 이젠 입장이 바뀌었다. 선박 대금 지급 조건은 갈수록 선사들에게 유리해졌다. 일단 선수금으로 10%만 주고, 나중에 중도금 30%, 선박 건조 이후 잔금 60%를 지급하는 헤비테일화가 심해지고 있다. 2008년까지만 해도 30% 수준에 머물던 헤비테일 비중은 최근 70%를 웃돈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부터 저선가 수주 물량의 매출 반영이 본격화됐다. 도크 가동률도 떨어졌다. 예상보다 많은 신규 수주계약으로 물량은 꾸준히 확보했으나 수주금액이 정체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같은 악조건은 조선사들의 매출채권 회수 지연 및 운전자본 부담 가중→순차입금 증가 등 악순환을 유발했다. 저가 수주분을 소진할 때까지 수익성 개선에 난항이 전망되고 있다.

◇中 위협에 드릴십·해양플랜트 비중 확대..경험 미숙으로 학습비용 多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중국 조선산업의 성장 속도 역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 수주 물량이 전년의 2배로 늘어날 동안 중국 업체들의 신규 수주는 2.5배 수준으로 이를 초월했다. 중국 조선사 중 실적이 부진한 일부 기업의 경우 폐쇄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나, 대형사들은 자국 선사들의 자체 발주 전략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 또는 제고하고 있다.

특히 인건비 면에서 국내 조선사들이 중국 업체 대비 비교우위를 갖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향후에도 개선될 여지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용자 지정 5
*자료: Clarkson

이에 대응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빅3 조선사들은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 플랜트 시장에 집중, 기술우위를 점하고자 했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드릴십과 LNG·LP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과 해양 플랜트 비중 확대 전략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clip20140813172314
*자료: Clarkson
하지만 해양 플랜트 초도 프로젝트는 수행시 언제나 손실 발생 가능성이 존재했다. 여기에 최근 싱가포르 조선소들까지 드릴십을 수주하기 시작하면서 고부가가치 선종 분야에서도 경쟁이 불가피한 구도가 됐다. 고수익을 위해 수주한 드릴십과 해양 플랜트가 역으로 운전자금 부담 및 이자비용을 발생시키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선수금을 차입금이 대체하는 구조로 변질되면서 단기 재무 안정성을 저하했다. 2008년까지 지켜온 무차입 상태는 불과 6년여 만에 순차입금 10조 원대(연결 기준)로 악화됐다. 2010년만 해도 17%에 달하던 현대중공업의 EBITDA 마진율은 지난 1분기 기준 0.4%까지 추락했다. 2분기 '어닝 쇼크'를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고부가가치+원가절감 힘써야 vs 더이상은 어렵다..크레딧 리스크↑

현대중공업이 내놓은 올 상반기 성적표는 충격 그 자체였다. 반기 영업손실액이 1조 3000억 원에 달했다. 2분기 손실액만 1조 1000억 원을 웃돈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음은 물론 창사 이래 첫 1조 원대 손실이다.

실적 부진의 주범은 △1분기부터 지속된 조선 부문(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포함) 선가 하락 물량의 매출 인식 △대규모 공사손실 충당금 계상 △해양(플랜트) 부문의 대형 해양설비 제작 및 인도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육상 플랜트 부문 대형 EPC 사업의 공사손실 충당금 설정 등으로 요약된다.

현대중공업 측은 하반기 내에 체인지 오더(Change Order) 발생분에 대한 비용 청구 등을 통해 손실 축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대규모 손실의 일회성 여부를 떠나 연내 드릴십 인도 등에 따른 단기 수익성 개선은 크레딧 업계에서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다만 중장기 턴어라운드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사우디아라비아 복합 화력발전소 등 플랜트 부문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아직 공정 초기 단계여서 향후 제작 과정에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 당분간 선박 부가가치 상승과 원가 절감에 더 매진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관건은 현대중공업에게 과연 그럴 여력이 남아있느냐다.

현대중공업의 실적 발표 이후 3대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회사채 등급을 워치리스트에 올리거나 아웃룩(등급 전망)을 변경했다. 현대중공업의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훼손에 심각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중공업의 장기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Negative Review)' 대상에 올리고, 한국신용평가는 아웃룩을 '안정적'→'부정적'으로 바꿨다. NICE신용평가도 회사채 등급을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했다.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의 전반적인 사업 리스크가 전보다 상승한 것은 맞아 보인다"며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의식해야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간 버텨온 것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원가 구조를 혁신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당분간은 재무 융통성에 기댈 부분이 커 보인다"며 "올해 드릴십 등이 많이 인도되면 현금흐름이야 조금 트이겠지만, 대금 회수 구조상 헤비테일이 압도적이다 보니 궁극적으로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