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건설부문 통합 속도내나 [삼성重-삼성엔지 합병]해외손실 연착륙 포석, 삼성물산 합병 여부 관심
길진홍 기자공개 2014-09-02 09:11:14
이 기사는 2014년 09월 01일 11: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 건설부문 통합의 막이 올랐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을 흡수해 조선, 해양 및 육상 플랜트를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해외사업 부실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고, 유사 사업부문을 통합해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합병으로 지분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부문 통합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룹의 또다른 주력건설사인 삼성물산과의 합병 여부에 따라 지배구조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은 1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합병비율은 1:2.36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가 교부된다. 양사는 오는 10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12월 1일 합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합병 후 삼성엔지니어링은 소멸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점 분야인 '설계·구매·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확보, 해양플랜트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며 "글로벌 초일류 종합 EP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합병이 양사 사업부문의 교통정리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해외사업 부실 여파와 조선사업의 침체 영향으로 성장이 정체 국면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로 간에 강점인 해양플랜트(삼성중공업)와 육상 발전플랜트(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영역 침범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통합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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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 초 삼성중공업은 호주와 나이지리아 등의 해외 대형 플랜트 현장에서 인력난 등에 따른 공기 지연으로 대규모 손실을 인식하는 등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임시방편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인력을 일부 지원받아 현장 수습에 매달렸다. 결국 양사를 통합해 해양 플랜트 부실 여파를 최소화하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장의 관심은 합병에 따른 지분구조 변화에 쏠린다. 합병으로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의 보유 지분은 17.6%에서 12.5%로 줄어든다. 삼성생명과 삼성전기의 지분도 각각 2.4%. 1.7%로 감소한다.
삼성엔지니어링 최대주주인 삼성SDI는 삼성중공업의 2대주주로 지분 4.1%를 갖게 된다. 이어 삼성물산이 삼성중공업지분 2.3%를 보유한 대주주로 편입된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 지분이 소폭 줄어드는 가운데 삼성물산과 삼성SDI의 지분이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분구성만 놓고 보면 오너일가가 직접 보유한 주식이 없는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그룹 지배 지분이 유지된다. 큰 틀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영향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재계의 관심은 그룹의 또다른 주력 계열사인 삼성물산과의 통합 여부에 쏠린다. 시장에서는 그 동안 지배구조의 약한 고리인 삼성물산의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건설부문 계열사와의 통합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자산가치 확대 차원에서 삼성엔지니어링보다는 삼성중공업과 합치는 게 실효성이 클 것으로 봤다.
합병으로 몸집이 불어난 거대 통합법인을 삼성물산이 차지할 경우 그룹 소유 지배권을 공고히 다질 수 있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순수하게 사업 시너지 측면에서 이뤄진 것으로 삼성중공업은 설계 부문을, 삼성엔지니어링은 시공능력을 각각 보완하게 된다"며 "그 동안 그룹 내 중복 영역으로 남아 있는 건설부문을 정리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건설업은 당분간 조선과 플랜트 중심의 삼성중공업과 건축과 주택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물산 등 두 축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간 중복 영역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사업 부문 조정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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