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놓친 세아, 포스코특수강은 잡을까 비대위 과도한 요구 딜 중단...포스코, IPO 선회 가능성
김장환 기자공개 2014-10-27 09:15:00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4일 11: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아그룹이 동부특수강 인수에 실패하면서 이제 관전 포인트는 포스코특수강 인수전으로 넘어갔다. 세아그룹은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해 스테인리스 선제 시장으로 사업 역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포스코와 인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포스코특수강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들고 일어나면서 매각 절차가 쉽사리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각전이 올해를 넘기는 것이 불가피해졌을 뿐 아니라 아예 딜(DEAL)이 무산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24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세아홀딩스를 앞세워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려던 세아그룹의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세아그룹이 2000억 원대 중반 가격을 써낸 반면, 현대제철이 3000억 원대 가격을 써 내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세아그룹은 가장 큰 고객이었던 현대·기아차를 단번에 잃게 될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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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특수강은 글로벌 공급선 다변화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지난해 특수강 진출을 선언했을 당시부터 일본, 독일 등 글로벌 고급 차량으로 수출량 확대, 해외 제강 메이커와 협업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그동안 자동차향 비중이 높았다면 앞으로는 건설·기계·조선 공급량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응책을 마련하기까지 남겨진 시간이 너무 짧다. 현대제철이 특수강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오는 2016년 1월이다. 이때부터 100만 톤 규모의 봉강(60만 톤) 및 선제(40만 톤)가 쏟아져 나온다. 세아베스틸과 영역이 겹치는 분야다. 비슷한 시기 동부특수강을 통한 2차 가공까지 시작되면 세아특수강마저 자리가 위태롭다. 가장 큰 고객이었던 현대·기아차 물량이 빠르게 현대제철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세아그룹의 핵심 사업체이자 캐시카우였던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은 결국 2016년 이후 점진적으로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감소할 위기 상황을 맞닥뜨렸다. 글로벌 유수의 메이커들로 납품 다변화, 자동차향 외 다른 분야로 공급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그동안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못한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게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게 되면 안정적 대안책이 될 수는 있다. 스테인리스 선제 분야는 세아그룹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해보고 싶은 사업이었지만 포스코의 눈치만 봐왔던 분야다. 포스코특수강은 국내 스테인리스 선제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어서는 독점 사업자로 잘 알려져있다. 이런 분야를 확보하게 된다면 현대·기아차 물량 감소로 인한 부담을 크게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포스코특수강 비대위가 아예 M&A를 중단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일 만큼 과도한 요구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비대위는 5년간 전 직원 고용승계와 전 직원에게 매각 대금의 10%를 위로금으로 지급할 것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기존 세아그룹 직원들을 오히려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수도 있고,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스코 내부에서도 최근 들어 미묘한 입장 변화가 엿보이고 있다. 포스코특수강 매각 실패를 고려해 '플랜B'를 내비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매각 전 애초 거론됐던 포스코특수강의 기업공개(IPO)를 재차 고민하는 모양새다. 오승철 재무위원(상무)는 23일 IR 현장에서 "매각에 실패할 경우 상장을 통해 현금성자산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세아그룹은 동부특수강 인수에 실패한데 이어 포스코특수강 인수마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자동차 특수강 부문에서 입지가 흔들리는 것이 불가피한 와중에 새로운 캐시카우 사업으로 내세우려던 포스코특수강 인수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초 두 곳을 다 인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서 이제는 어느 한 곳도 인수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부정적 분위기로 돌아서게 된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비대위가 과도한 요구를 내놓고 있는 것은 결국 포스코특수강 매각 자체를 막겠다는 의도인데, 강제로 실사 등을 벌일 수도 없는 만큼 딜 자체가 상당히 난감해진 상황"이라며 "동부특수강에 이어 포스코특수강마저 인수에 실패할 경우 세아그룹은 장기적으로 설 자리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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