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서경배 회장, 장녀 서민정 영향력 키우나 승계 앞서 색조브랜드 '판 키우기'...내년 민정씨 경영수업 시작 관측도
장소희 기자공개 2014-10-28 08:38:00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7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그룹 내에서 장녀 서민정 씨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사업 개편에 나섰다. 민정씨가 개인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니스프리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한편 실적이 주춤해진 에뛰드에서 색조화장품 전문 사업을 분할해 사세 확장을 꾀한다. 분할될 사업체를 이르면 내년 민정씨가 직접 경영에 참여해 키워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 에뛰드는 에스쁘아 사업부를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한다. 분할기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분할 후 존속회사인 에뛰드와 신설회사인 에스쁘아의 분할 비율은 0.7808대 0.2191이다.
이로써 에뛰드의 2대 주주인 민정 씨는 신설되는 에스쁘아에서도 2대 주주 지위를 누리게 됐다. 민정씨는 지난 2012년 아버지인 서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 에뛰드 지분 19.52%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이니스프리 지분도 18.18% 보유하고 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서 회장이 본격적으로 장녀를 통한 3세 경영을 시작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에뛰드와 에스쁘아 분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민정씨가 경영일선에 나서기 전에 상대적으로 주춤해진 에뛰드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실제로 에뛰드는 이니스프리에 훨씬 앞서 원브랜드숍 사업을 시작하며 성장해왔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꺾였다. 이니스프리 보다 다소 낮은 연령층(10~20대 초반)을 타깃으로 아기자기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색조 제품 위주로 사업을 해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최근 '노웨어 립스틱'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에스쁘아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태평양 내부에서 향수를 연구하던 사내 벤처로 시작한 에스쁘아는 2002년 ㈜빠방에스쁘아 라는 법인이 설립되며 향수 전문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었지만 지난 2006년 에뛰드에 흡수되며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로 전환됐다. 이후 브랜드숍을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특히 색조제품으로 인정받았다.
서 회장이 공식적으로 3세 경영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민정씨가 조만간 경영수업을 받게 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대학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민정씨가 이르면 내년 경영수업을 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많은 브랜드들 중에서 에뛰드에서 경영수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민정씨가 개인적으로 에뛰드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서 회장이 아직 젊기 때문에 승계를 논하기에는 이르더라도 민정 씨가 조만간 경영수업을 받기 위해 학업을 마치고 돌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분할 방식이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이라는 점도 민정씨와의 연관성에 관심을 가게 한다. 일반적으로 특정 사업 부문을 특화시키려면 해당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로 만든다. 물적분할 이전 사업과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적분할은 일반적으로 대주주의 지분에 밀접하게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에뛰드는 인적분할을 택했다. 인적분할을 하게되면 대주주가 분할된 사업체 지분을 기존 지분비율 그대로 가져갈 수 있어 사세를 키우는 형태로 자산을 증식시키는 데 유리하다.
예컨대 에뛰드가 사업이 어려워져 다른 기업에 매각된다고 하더라도 실적이 좋은 에스쁘아는 대주주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을 해 나갈 수 있다.
경영 승계 준비와 동시에 화장품업계 전반의 차기 목표인 색조제품시장을 공략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니스프리가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기초제품 원브랜드숍으로 자리를 잡은 반면 에뛰드로 대표되는 색조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업계에서는 이미 색조제품에 대한 미래 시장 규모가 기초제품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니스프리로 기초제품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에뛰드에 에스쁘아까지 더해 색조제품 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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