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 PB상품 재고부담..실적 발목 평가손실충당금 증가, 원가율 상승 수익성 '악화'
김선규 기자공개 2014-11-13 08:33:00
이 기사는 2014년 11월 11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오쇼핑이 재고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PB(자체 상표) 상품이 소비부진으로 제때 팔리지 못해 재고량이 증가하자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 200억 원 가량 쌓았다. CJ오쇼핑의 실적 개선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PB상품이 되레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부각됐다. PB상품 확대를 주도했던 이해선 전 CJ오쇼핑 대표가 CJ제일제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CJ오쇼핑의 PB상품 사업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오쇼핑의 재고자산은 530억 원으로 홈쇼핑업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재고자산 비중은 총자산대비 4.5%로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동종업계 재고비율보다 월등히 높다.
재고자산이 증가하면서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도 늘어났다. 재고자산 평가손실충당금은 재고자산의 순실현가능가액(재고자산으로부터 실현 가능한 가액)이 취득원가보다 작을 때 그 차액만큼 미리 손실로 반영한 것이다. 이는 매출원가를 증가시켜 영업이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CJ오쇼핑의 재고자산이 늘어나기 시작한 건 2009년 말부터다. 이는 이해선 전 대표가 CJ오쇼핑으로 취임한 시기와 맞닿아 있다. 이 전 대표는 2008년 CJ홈쇼핑(현 CJ오쇼핑)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4개월만에 CJ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PB상품을 확대했다. 일반 제조업체처럼 자체상품을 직접 생산해 유통단계를 줄여 마진율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는 PB상품의 재료부터 브랜드 네임까지 직접 붙일 정도로 PB상품의 기획에서부터 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며 "실제 PB상품 덕분에 CJ오쇼핑은 2011년 매출액에서 GS홈쇼핑을 앞질렀다"고 전했다.
PB상품은 홈쇼핑이 상품의 개발부터 판매까지 일괄 맡기 때문에 마진율이 높다. 또한 하청업체가 생산한 제품을 완전 매입하는 구조로 상품 판매 총액을 회계상 매출로 잡을 수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특히 CJ오쇼핑은 수익성이 뛰어난 패션·의류 중심으로 PB상품을 늘렸다. PB의류상품을 확대하면서 패션 트렌드에 따라 적절한 제품을 개발하고 도입하는 게 용이해졌다. 대표적인 PB브랜드로는 '셀렙샵'이 있다. 셀렙샵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씨를 필두로 여러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최신 유행의 패션 상품을 선보이는 코너다. CJ오쇼핑은 유명 디자이너와 함께 고품질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경쟁사인 GS홈쇼핑을 역전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PB상품의 확대는 소비부진을 겪으면서 CJ오쇼핑의 목을 죄는 부메랑이 됐다. 제때 팔리지 못한 PB상품은 재고자산이라는 상흔으로 남겨졌다.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충당금이 커지면서 수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한 PB상품은 물건이 안 팔릴 경우 재고 부담뿐만 아니라 투자비, 보관비용 등의 부담까지 CJ오쇼핑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증권사 연구원은 "PB상품의 재고가 쌓이면서 원가율 부담이 높아졌다"라며 "또한 의류의 경우 판매 시점이 지나면 '밀어내기식'으로 온라인이나 기획전을 통해 판매하기 때문에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CJ오쇼핑의 원가율은 PB상품의 확대와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상반기 81%였던 원가율은 올해 6월말 기준 88%로 급등했다. 4년 사이 원가율이 1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재고자산이 늘어난 만큼 평가손실충당금도 증가했고 이는 원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원가율이 올라간 만큼 실적에 대한 리스크도 점점 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PB상품 확대를 총괄지휘한 이 전 대표가 CJ제일제당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PB상품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얘기가 흘러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변동식 대표가 PB상품보다는 유통채널의 본래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며 "최근 CJ오쇼핑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PB상품 비중을 축소할 것이라는 소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CJ오쇼핑 관계자는 "PB상품 축소나 구조조정은 내부에서 논의조차 없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