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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안타까운 압수수색 상흔 [thebell note]

박창현 기자공개 2014-12-31 09:01:28

이 기사는 2014년 12월 30일 15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6일 오전 11시 경, 검찰 수사관들이 LG전자 서울 여의도 본사와 경남 창원 사업장에 들이닥쳤다. 곧이어 조성진 가전(H&A)사업부 사장 집무실과 홍보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집행됐다.

대한민국 검찰의 칼 끝이 왜 글로벌 가전업체 LG전자로 향했던 걸까. 발단은 지난 9월 발생한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사건이었다. 조 사장 일행이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정황이 포착됐고, 삼성전자가 이를 독일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얼마 후 다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조 사장 등 LG전자 임직원들을 고소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의 파손 여부를 두고 엇갈린 진술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고의로 자사 제품을 파손해 이미지를 실추 시키려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LG전자는 임직원이 직접 나서 제품을 훼손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반박했다.

가전업계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LG전자의 판단 착오가 사건을 키웠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압수수색이었다.

세탁기 파손 사건이 알려지자 LG전자가 꺼낸 대책 카드는 '시간 지연'과 '무대응'이었다. 스스로 이번 일을 '경미한' '경쟁사의 일방적인 주장이 만들어낸' 사건으로 규정했다. 특히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조 사장은 여러 차례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또 여러 제품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유독 특정 제품만 손상됐다며 오히려 삼성전자 내구성을 지적했다.

결국 검찰은 출국 정지와 압수수색이라는 고강도 압박 카드를 꺼내 들기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LG전자의 불성실한 태도가 검찰의 강경 대응을 부추겼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LG전자는 압수수색 직후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번 조치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과 대외 신인도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하지만 전후 관계를 따져보면 LG전자가 스스로 악수를 둔 면이 없지 않다. 사건 직후 적극적인 조사 협조와 전사 차원의 신속한 수습이 이뤄졌더라면 최악의 사태는 면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검찰 수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더욱이 LG전자도 삼성전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 모든 수사가 종결되고 법원의 최종 판결이 있을 때까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LG전자는 잃은 것이 너무 많다.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본사 압수수색과 최고위 임원의 출국 금지만으로도 이미 대외 평판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3D TV 기술방식 논쟁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 엔지니어들을 비방해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당시 삼성전자는 LG전자에 사과 서한을 보내는 등 즉각적인 대처에 나섰다. 그렇게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수 년이 지난 지금 이 해프닝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LG전자가 한번 곱씹어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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