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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화두는 가업승계 [2015 건설업 키워드]지배구조 변화 물밑 움직임 활발...'생존모드' 자본확충 등 전열 재정비

길진홍 기자공개 2015-01-12 08:35:00

[편집자주]

건설업계가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해외 악성 현장 준공과 맞물려 원가 관리를 강화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전열을 가다듬었다. 국내 주택시장은 온기가 감돌면서 실적개선 기대가 넘친다. 하지만 유가하락과 환율불안 등 대내외 경기 변수는 여전히 잠재 위협요인으로 남아 있다. 어닝쇼크 사태 후 변곡점을 맞고 있는 건설업계 주요 현안을 들여다 보고, 재도약을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5년 01월 07일 09: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건설업계는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업황 부진과 맞물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으로는 조직을 축소하고, 밖으로는 공사종류 다변화를 통한 일감 확보에 매달렸다.

일부는 자본 확충을 위해 외부 자금 수혈에 나섰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등 재무구조 개선 차원의 자구 노력이 잇따랐다. 이어 핵심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고, 그룹계열사 간 사업 분할과 양수 등의 합병이 이뤄졌다. 다른 한 쪽에서는 일감몰아주기 금지법 시행으로 수직 계열화 체제를 갖추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새해에도 이 같은 변화 추이가 이어질 것을 예상된다. 특히 가업승계 차원의 지배구조 변화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 삼성 등 주요 그룹 계열 건설사의 경우 오너일가 상속 이슈와 맞물려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창업세대 고령화에 접어든 주택전문건설업체의 지배구조 변화도 관심 거리다.

◇현대엔지 상장설 솔솔 ...삼성, 건설계열 재합병 추진 관심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핫한' 기업은 단연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작년 초 현대엠코를 흡수하고, 통합법인을 출범시켰다. 당초 예상을 깨고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흡수한 가운데 현대엠코의 주요 주주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현대글로비스,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의 지분이 대폭 축소됐다.

합병으로 지분이 줄었지만 정 부회장의 영향력은 건재하다. 오히려 합병법인 현대엔지니어링 수주 증대에 기반 한 외형확대를 통해 지분가치가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2

시장의 관심은 온통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여부에 쏠려 있다. 정 부회장이 상속재원 마련차원에서 지분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합병 후 수주가 폭발적으로 늘고, 주가 급등으로 모회사인 현대건설 시가총액을 추월하면서 연내 상장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경영권 승계 밑그림을 다지기 위해 삼성그룹의 SDS와 제일모직과 마찬가지로 상장 전 액면분할에 나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얘기도 나온다. 상장 후 현대건설과 합병할 경우 정 부회장은 영향력을 확대하고, 지분가치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백도어리스팅(Backdoor Listing) 방식으로 현대건설과 합병을 통한 뒷문상장 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자금 마련 차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이 재무담당임원(CFO)으로 현대차 재경사업부장을 앉힌 것도 후계승계 구도를 염두에 둔 일련의 작업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주주반대로 합병이 무산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재합병 추진 여부도 관심 거리이다. 업황 부진으로 계획이 틀어졌으나 기초체력을 갖추면 언제든 재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삼성물산을 축으로 한 우회적인 합병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전자 등 그룹 핵심 계열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이 총괄체제가 굳어진 가운데 노른자위인 건설부문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밖에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핵심 계열사 지분 등 자산 매각 처분이 잇따를 전망이다. GS건설은 매각이 잠정 보류된 파르나스호텔 지분 처분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SK건설과 롯데건설 등 자본력이 취약한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RCPS 발행시장을 노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계열 관계는 한결 깔끔하고 단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잘나가는 '중흥·호반·반도' 가업승계 수면위...지주사 전환 잰걸음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주택전문건설업체도 가업승계를 비롯한 지배구조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공택지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외형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일감몰아주기 금지법 저촉 여부와 오너2세 가업승계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주택사업 매출이 급증하면서 다수의 시행 계열사를 통한 일감 주고받기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가업승계와 일감몰아주기 금지법에 대응한 지배구조 변화가 가장 활발한 기업은 호반건설이다. 지난 2002년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산업을 합병해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췄다. 김상열 회장-호반건설산업-호반건설-김상열 회장으로 이어지는 사슬 구조를 끊어 일감몰아주기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어 지난해 호반씨엠, 에이치비자산관리 등의 계열사 흡수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호반건설은 이 같은 일련의 작업으로 김상열 회장과 부인 우현희 KBC문화재단 이사장, 장남인 김대현 씨 등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가 더욱 단단해졌다.

중흥건설-토건 구조
중흥건설 지배구조, 2013년 말 기준

경쟁사인 중흥건설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이 더딘 편이다.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사장이 이끄는 중흥토건과 관계가 말끔히 정리되지 않았다. 그 동안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은 밑에 거느린 시행사간 일감을 교차 지원하는 방식으로 주택사업을 해왔다. 최근 수년간 매출 급증으로 종소·중견기업 범주를 벗어나면서 일감 지원에 제약을 안게 됐다.

당분간은 양사가 독자적으로 내부에서 일감을 소화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잇따른 택지 확보로 중흥토건의 외형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가업승계 차원에서 지배구조 변화도 예상된다.

이밖에 반도건설의 경우 수년전 물적분활을 거쳐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오너인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을 정점으로 반도홀딩스, 반도건설 등으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돼 있다. 외형성장에 비해 2세 계열분리는 더 지게 이뤄지고 있으나 일정 시점이 되면 계열분리 수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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