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3법' 득될까 독될까 [2015 건설업 키워드]대형건설사 수혜 집중…재건축 규제 완화 땐 전세난 가중 부작용
고설봉 기자공개 2015-01-09 09:05:00
[편집자주]
건설업계가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해외 악성 현장 준공과 맞물려 원가 관리를 강화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전열을 가다듬었다. 국내 주택시장은 온기가 감돌면서 실적개선 기대가 넘친다. 하지만 유가하락과 환율불안 등 대내외 경기 변수는 여전히 잠재 위협요인으로 남아 있다. 어닝쇼크 사태 후 변곡점을 맞고 있는 건설업계 주요 현안을 들여다 보고, 재도약을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5년 01월 06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달아오른 주택시장이 여전히 뜨겁다. 건설사들은 모처럼 분 훈풍에 돛을 올렸다. 상반기에 올해 계획한 물량을 대거 쏟아내며 신규분양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정부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넘친다.특히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 3법은 단기간 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 개정으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가 3년 유예됐고, 재건축 조합원은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최대 3채까지 새집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사실상 폐지된다.
이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업계 주요 일감인 택지지구 분양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논리로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 약발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달궈진 시장, 분양 '러시'…상한제 폐지 실효성 의문
지난해 분양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오랜만에 신규공급이 대거 늘고, 분양이 대박을 쳤다.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택지지구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였다. 건설사들은 이러한 주택시장의 열기가 올해 상반기에도 고스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전문건설사 한 관계자는 "분양시장 인기는 전세난으로 수요가 촉발되면서 분위기가 호전된 데 따른 것"이라며 "올 상반기에도 이 같은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대한 건설·부동산 업계와 시행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분양상한제 폐지가 달궈진 시장 분위기를 계속 유지시켜준 측면이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당장 분양가를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택지의 경우 분양가를 높일 경우 대거 미분양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도권에는 분양가를 높여도 될 만큼 사업성이 좋은 민간택지가 남아있지 않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는 사업장이 없다는 게 시행업계 반응이다. 분양 훈풍이 불고 있는 곳은 공공택지로 분양가상한제 폐지 혜택을 볼 수 없다. 민간택지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지만 분양가를 높여 공공택지와 경쟁할 만큼 사업성이 좋은 택지는 이미 고갈됐다는 분석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올해는 장이 서는 분위기여서 시행사마다 땅을 사려고 난리"라며 "그러나 지금 남아있는 땅들은 하자가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 좋은 땅은 이미 고갈됐다"며 "따라서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애매모호한 정부 기준도 문제다.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공표했지만 적용 대상 및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계속 지정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주택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의 지정을 해제 한다"(주택법 제38조의3 ④)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변시세와 견주거나, 투기 우려가 적은 곳 등에 대해서만 심의를 거쳐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실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곳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매제한은 그대로 둬 분양권 시장이 열리며 시장이 활성화 되는 길은 터주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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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완화 "만병통치약 아니야"
정부는 이번 규제 완화에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를 3년 유예했고, 재건축 조합원에게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최대 3채까지 새집을 주기로 했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사업성이 없는 단지들이 하루 아침에 사업을 진행해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로 당장 재건축 시장이 달아오를 것으로 보기 어렵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가 3년 유예 됐지만 재건축을 통한 초과이익을 높게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사업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사업에 속도가 붙을 뿐이지 집값 상승을 노리고 재건축이 활성화 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분양가를 인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미분양 우려로 실제 인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반분양으로 풀리는 재건축 아파트를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경우 재건축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많이 줄어들지 않아 재건축에 대한 의지도 약화될 수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재건축 단지는 혜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며 "그러나 사업성이 없는 곳이었는데 갑자기 사업성이 좋아져 사업을 밀고 나갈 곳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규제완화는 시장 환기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주택경기 부양을 위한 의지를 확인하는 분위기 환기 차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재건축 규제완화로 인해 서울권 전세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건축 예정 단지들의 사업 속도가 빨라지며 이주수요가 급격히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예정된 강남권 재건축 이주 물량은 가락시영. 잠원동 한신, 잠원동 한양, 강동구 고덕 아이파크 4단지 등 약 1만 7000가구 내외로 추정된다.
◇부동산 3법은 대형 건설사 살리기?
부동산 3법 개정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시장에서 빼앗긴 패권을 다시 찾아올 것이란 얘기가 적지 않다. 실제 지난 2008년 이후 주택시장이 긴 침체를 겪으며 대형사들은 미분양 사업장들로 골치를 앓았다. 이후 주택 분양을 줄이며 시장이 활성화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들이 합리적인 분양가로 틈새를 노려 연거푸 분양에 성공하며 약진했다.
지난해 일반분양 물량만 봐도 중견사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상위 10대 건설사의 지난해 일반분양 공급물량은 약 7만여 세대였다. 주택전문 중견사인 호반·중흥·반도·우미 등 4개 건설사의 지난해 공급물량은 약 3만 8000여 세대로 10대 건설사 총 공급물량의 절반이 넘는다. 호반건설의 경우 지난해 일반분양 기준 전체 건설사 순위에서 대우건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3법 개정과 정부의 공공택지 공급 축소로 중견 건설사들이 성장에 한계를 맞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면 대형 건설사들은 뒤늦게 뛰어든 택지사업의 활성화와 더불어 재건축 사업 수주를 독식하며 주택시장에서 다시금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정부에서 신도시 택지공급은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며 "상대적으로 택지사업에 주력했던 중견사들의 힘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로 일부 재건축 단지들이 활성화 되면서 대형사들은 살아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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