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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약품의 한계 '도입품목' [thebell note]

김선규 기자공개 2015-02-23 09:00:00

이 기사는 2015년 02월 16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약품의 '고매출 저수익' 구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고작 85억 원에 불과하다.

낮은 수익성에는 도입품목 위주의 판매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오리지널 제품을 떼다 판매하는 이 사업구조는 원가율이 높고 다양한 비용이 수반돼 수익성이 낮다.

제일약품도 도입품목의 폐해를 알고 있다. 하지만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품목의 끈을 쉽게 놓지 못했다. 도입품목을 적극 활용한 덕분에 정부가 약가인하에 나선 상황에서도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고,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수익도 거뒀다.

문제는 도입품목 위주의 판매 전략이 다국적사로부터 발목을 잡힐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신약개발을 외면한 탓에 도입품목을 메울 만한 자사 제품이 전무한 상황에서 일부 상품의 판권이 회수된다면 실적이 악화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를 막기 위해선 다국적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들의 어떠한 요구라도 달갑게 받아들여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 제일약품은 화이자로부터 자사 제품의 마케팅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침해 논란까지 거론하며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언급했지만 제일약품 입장에서는 화이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화이자로부터 도입한 제품의 매출비중이 50%가 넘기 때문이다. 자칫 화이자와 관계가 어긋나 판권 회수로 이어진다면 수 백억 원의 매출이 증발될 수 있다.

다국적사와 '갑을'관계가 되면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 받을 수도 있다. 도입상품 외 대안이 없는 제일약품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다국적사 제품을 도입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약품은 다국적사와 계약에서 상당한 수수료 인하 압박과 독소조항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관계유지를 위해 사실상 공짜로 영업해주는 품목도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매출 조건과 판촉비용 전가, 계약기간 동안 동일 성분 제조 금지 등의 독소조항으로 계약을 포기한 일부 제약사의 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5년 혹은 10년 후를 생각하며 R&D투자와 신약개발을 책임지고 이끌 경영진의 각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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