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3월 19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검찰의 사정 칼날이 롯데쇼핑으로까지 향하면서 과거 국세청 세무조사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검찰에서 2011~2012년 롯데쇼핑과 계열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 역시 같은 시점의 회계연도를 대상으로 2년 전 세무조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롯데쇼핑 본사에서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등 사업본부로 사용처를 알 수 없는 거액의 자금이 유입된 것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각 사업부의 임직원 10여 명을 소환해 자금을 주고 받은 경위 등에 대한 조사까지 이미 마쳤다.

이번 검찰 수사는 2013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통보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수사 과정에서 내사가 진행됐으며 이후 첨단범죄수사2부로 사건이 배당돼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롯데에서는 정상적인 자금 흐름이었지만 FIU의 오해로 시작된 수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검찰이 살펴보고 있는 자금흐름 시기는 과거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통해 확인했던 회계연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은 지난 2013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7개월간 롯데쇼핑과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롯데마트 4개 사업부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특정 혐의를 인지하고 착수한 특별 세무조사였다.

당시 국세청은 2011~2012년 사이 롯데쇼핑과 나머지 사업본부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해 정밀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정책본부까지 뒤졌다. 특정 계열 소속 직원들의 임금을 롯데쇼핑에서 대납해준 정황이 포착됐고 계열간 내부거래 내역에서도 수상한 자금흐름이 잡혔다.

롯데쇼핑과 일본 롯데 및 해외계열들의 거래내역도 샅샅이 뒤졌다.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에 가까운 곳들을 향한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 거래액 부풀리기 등 불공정행위를 통한 탈루 의혹도 점검했다. 조사 일정을 80일 넘게 연장하는 등 고강도 세무조사가 벌어졌다.


지난해 1월 세무조사를 마무리한 국세청은 롯데쇼핑에 약 700억 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부과했다. 소명절차를 거쳤지만 최종 추징세액은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조사에서도 사업부 및 계열사간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검찰 수사와 거의 일치하는 부분이다.

다만 국세청에서는 세무조사 후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했음에도 검찰에 고발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를 열고 범칙조사 전환 여부를 논의했지만 고의적 탈루가 아니라고 보고 이를 시행하지는 않았다. 조세범칙조사는 검찰 고발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사법적 성격의 세무조사다.

따라서 만약 검찰 수사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흐름이 비자금 등의 조성을 위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국세청 역시 불똥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같은 시기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였음에도 검찰 고발 조치를 하지 않은 것 자체가 의혹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검찰 수사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검찰은 최근 기업수사를 크게 확대하는 조짐을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수사 사실이 알려진 기업만 해도 포스코, 동부, 동국제강, 신세계, 롯데 등 7~8여개에 달한다. 검찰은 일부 수사의 경우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기업들에 대한 내사 단계가 과장되서 알려진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