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이어 삼성, 재벌 '순환출자 해소' 닻 올랐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용이해져, 타 그룹에도 영향 미칠 듯
문병선 기자공개 2015-05-27 08:14:0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26일 1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에 이어 삼성그룹도 대기업집단 출자구조의 전형적인 악습으로 지적되던 순환출자를 해소하는데 팔을 걷어 부쳤다. 순환출자는 그동안 재벌 총수 일가가 적은 자본으로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게 해 주는 핵심 기제로 인식돼 왔고 우리나라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의 전형으로 지적되던 출자구조다.삼성그룹은 26일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오는 9월1일을 기일로 흡수합병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병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후계 승계구도 확립 차원을 넘어 국내 최대 재벌로 불리는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해소의 신호탄을 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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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기준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총 1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이는 40여개 대기업집단 중 롯데그룹(417개)에 이어 가장 많은 순환출자 고리 수다.
삼성그룹이 형성하고 있는 14개의 순환출자 고리에는 대부분 삼성물산이 포함돼 있다. 총 7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함께 포함된 순환출자 고리도 6개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이나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등이다. 삼성물산, 삼성전자, 제일모직 3사가 함께 물려 있는 순환출자 고리 수도 3개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등이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우회적으로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오너 3세들은 제일모직의 지분만 보유하면 순환출자 구조의 도움을 받아 나머지 계열사 지배력을 간접적으로 얻는다.
그만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순환출자 형성에 많이 관여하던 회사였다. 이번에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에 피흡수합병된다는 건 이런 구조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간단하게 봐도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8개의 회사는 삼성물산의 소멸에 따라 7개 회사로 단순화된다. 삼성그룹 순환출자는 삼성SDI·제일모직·삼성물산·삼성카드·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 등 8개의 회사가 대부분을 이룬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이 사라지고 합병회사가 탄생하니 7개의 회사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는 순환출자 고리의 단계 수를 줄이는 효과를 갖는다. 예컨대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의 순환출자 고리는 그 단계 수가 4단계에서 3단계로 1단계 줄어든다. 합병에 따라 '삼성물산(합병회사)→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합병회사)'의 3단계 출자구조로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두 회사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이 형성하고 있는 순환출자 고리가 추후 대폭 줄어들 여지가 매우 커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예컨대 '합병회사(제일모직+삼성물산)'로 귀속되는 순환출자 고리는 추후 해당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사들이는 것으로 쉽게 해소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 지분 16.4%를 보유하게 된다. 이 지분율은 많다면 많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안정적으로 홀로 경영권을 행사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삼성화재,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생명이 갖게 될 합병회사 지분을 사들여 최소 6개의 순환출자 고리 수를 줄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 지분율을 높일 수 있고 합병회사는 순환출자 고리에 의존하지 않고도 다른 계열사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두 회사 합병 전에는 이런 거래가 가능하지 않았으나 합병에 따라 매우 단순하고 쉽게 거래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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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에 앞서 대기업집단 가운데 한진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한 바 있다. 한진그룹은 지배구조 투명화와 순환출자 해소 등을 목적으로 약 2년전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밝혔고 최근 한진칼과 정석기업의 투자사업부문을 합병키로 발표하며 순환출자 해소의 마침표를 찍었다. 후속 거래가 남아있긴 하지만 그리 힘이 들지 않는 수월한 거래들이다.
삼성그룹도 3년여 전부터 출자구조 간명화 작업을 벌이며 순환출자 해소 시작을 이미 알린 바 있다. 공정위 집계 결과 2013년 4월 2555개였던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2014년 7월 14개로 줄었다. 그러나 이런 감소는 각 계열사들간 얽힌 소수 지분 거래에 따른 비자발적 감소였지 본격적인 순환출자 구조 해소 작업은 아니었다. 그 목적도 순환출자 구조 해소가 아닌 출자구조 간명화와 사업 구조 개편이었다.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는 핵심 기업이었던 삼성물산 등 8개 회사를 둘러싼 순환출자 구조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이번에 두 회사의 합병은 본격적으로 삼성그룹의 최상위 지배기업간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알렸다는 의미가 있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는 나아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강하게 암시한다. 물론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국내 기업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많이 한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최근 10여년간 이렇게 투명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한진그룹 순환출자 구조 해소는 의미가 깊다"며 "다른 그룹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해 왔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대해 그는 "정부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정책과 일감 몰아주기 지양 정책이 먹혀들며 기업들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짜 가고 있다"며 "삼성그룹의 결정은 현대차그룹 등 다른 그룹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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