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13년만의 적자 '빅배스'였나 매각 염두에 두고 '2800억 영업권' 전액상각 분석
한형주 기자/ 장지현 기자공개 2015-06-09 06:31: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08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M&A시장 역사상 최대 매물로 꼽히는 홈플러스의 매각이 공식화되자 지난해 기록한 대규모 손실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매각을 염두에 두고 미리 잠재 부실을 털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수익성 악화 외에 영업권 상각 등이 순이익 적자전환을 이끈 부분이 이를 방증한다.홈플러스의 3개 계열사인 홈플러스·홈플러스테스코·홈플러스베이커리는 지난해 354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8조 7556억 원, 1824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줄었지만 흑자는 유지했다. 연결 기준 홈플러스의 손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13년 만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홈플러스의 어닝쇼크는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적용 등 유통산업발전법상의 규제로 인한 실적 저하, 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손실 요인은 영업권의 대량 상각이다. 영업권은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순자산가치보다 높게 쳐준 값을 말한다. 가령 A의 본 가치가 100인데 B가 120에 샀다면 20이 영업권이 된다. 기본적으로 B는 회사가 계속 수익만 내주면 5년이든 10년이든 지나 그만큼의 비용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걸로 인식했기에 20을 더 지불하는 것이다. 그런데 몇년이 흐르고 나서 보니 회수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 섰다면 이를 손상차손 처리하게 된다.
홈플러스는 지난 2008년 이랜드그룹으로부터 홈에버(현 홈플러스테스코)를 인수, 영업권이 발생한 뒤부터 20년 간 이를 '정액법'으로 상각키로 했다. 실제로 2009년 기준 3000억 원을 웃돌던 홈플러스의 영업권은 매년 약 200억 원씩, 2013년 말까지 2800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액 소모까진 아직 액수도 시간도 많이 남은 상황. 하지만 홈플러스는 지난해 결산에서 장부상 영업권 가치를 '0'으로 만들었다. 2800억 원을 전액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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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적자가 일시적 현상인 만큼 홈플러스는 1~2년 내 턴어라운드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일부러 부실 자산을 지난 회계연도에 모두 적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연내 매각에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으로 봐야 한다는 것. 소위 '빅 배스(Big Bath)'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전에 장부가격을 공정가치와 비슷하게 만들어 놓고 (인수자와) 협상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며 "미리 가치 없는 부분을 떨어내고, 네고(nego)를 용이하게 하겠다는 취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스코는 최근 HSBC증권을 주관사로 선정, 홈플러스 매각을 위한 실무에 돌입했다. HSBC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MBK파트너스 등 국내외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대여섯 곳에 티저레터를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가로는 7조 원부터 10조 원까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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