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신동빈, 첫 방문지는 '친정 롯데케미칼' 현장 중심 '反롯데 정서' 해소, 경영능력 우위 강조
장지현 기자공개 2015-08-24 08:47: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21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의 롯데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 한 후 원톱 체제를 굳힌 신동빈 회장이 귀국 후 첫 방문지로 롯데케미칼 화학공장을 택했다.신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 경영을 처음 시작한 롯데케미칼은 그에게 친정과도 같은 곳이다.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기반을 닦아 놓은 유통·식음료 계열사들과 달리 롯데케미칼의 경우 신 회장이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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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21일 충남 서산에 위치한 롯데케미칼과 현대케미칼 대산공장을 방문했다. 롯데홀딩스의 주총을 마치고 지난 20일 귀국한 신 회장의 첫 일정이다. 신 회장은 오전 10시 30분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의 합작회사인 현대케미칼의 대산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공정 진행 현황을 살피고 인근 시설을 둘러봤다.
현대케미칼은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가 4대 6의 비율로 출자해 설립됐다. 총 투자비 1조2000억 원 을 투입했으며 2016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혼합자일렌과 경질납사 등의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별다른 도움 없이 홀로 키워낸 계열사다. 신 회장이 화학사업장을 첫 방문지로 선택한 이유도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 시대가 저물고 신동빈 회장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 회장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現 롯데케미칼)을 통해 한국롯데 경영에 처음으로 참여했으며, 석유화학 사업을 유통과 함께 그룹의 양대 축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2004년에는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올해까지 12년 째 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신동빈식 롯데그룹 M&A 확장 전략 구상 때도 롯데케미칼은 첨병 역할을 했다. 롯데케미칼은 2012년 말레이시아 석유화학업체인 타이탄케미칼을 1조 5000억 원에 사들였다. 이는 롯데그룹 M&A 역사상 가장 큰 거래였다. 롯데케미칼의 2014년 매출액은 14조8590억 원, 영업이익은 3509억 원으로 롯데쇼핑에 이어 그룹 내에서 두 번째로 크다.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비롯한 주요 측근들도 이 때 인연을 맺었다.
신 회장은 "이번 합작 사업이 국내 투자 확대를 통해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양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모범 사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현장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 3일 일본에서 귀국한 직후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면담을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동했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이후 부자간 첫 만남이 이뤄졌지만 면담 시간은 5분 안팎으로 짧았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이에 연연하지 않고 바로 경영 현장으로 달려갔다.
신 회장은 가장 먼저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찾았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07층까지 올라간 신 회장은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에게 공사 현황을 보고받은 후 "롯데월드타워는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에 따라 롯데가 사명감을 가지고 짓는 곳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완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날 오전에는 롯데 오산연수원을 찾아 신입사원들과 만남을 가졌다. 신 회장은 신입사원들에게 "롯데그룹의 경영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한 뒤 "국내에서 성장한 롯데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겪는 진통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 회장이 '현장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흐트러진 그룹의 분위기를 다잡는 동시에 자신의 경영능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롯데그룹의 비밀스러운 지배구조와 이에 따른 국적 논란 등으로 국민들 사이에서는 롯데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반롯데 정서가 오래 지속하면 그룹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만큼 신 회장이 직접 나서 지배구조 투명화 작업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울러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이 폭로전을 통해 격한 감정을 드러낸 것과 달리 신 회장의 경우 끝까지 감정적으로 얽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경영능력'에서 가장 중요한 '이성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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