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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롯데 공개' [thebell note]

이효범 기자공개 2015-08-20 08:55: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19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는 재계 5위(자산기준)의 대기업이지만 최상위 지배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불투명하다. 수십년 넘게 국내에서 상품을 판매·유통시키고,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 야구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는 국적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 롯데에게 '보수적'이라는 수식어가 늘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반롯데 정서가 불거지자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신 회장의 선언은 자본시장에서 단순히 자금을 끌어다 쓰기 위한 방안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배구조 상 한국롯데의 최상위에 위치한 호텔롯데의 상장은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을 외부에 공개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을 총괄했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계열사의 기업공개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적인 기업문화도 신 총괄회장의 경영스타일에서 기인한다. 호텔롯데에 대한 여러차례 상장논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불발된 것도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그룹 내 신 총괄회장보다 신 회장의 목소리가 더 커지면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게 됐다. 기업공개 선언에는 향후 자본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도 담겨있다. 향후 은행, 증권사, 신용평가사, 연기금 등 자본시장 관련 기관들과의 스킨십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입사 전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8년간 근무하며 서구적 경영방식을 배웠다. 롯데 계열사 임직원들도 이같은 신 회장의 경영스타일에 대한 신뢰가 높다. 지난 4일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의 주도로 계열사 사장단은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롯데그룹 내부적으로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 관계자들도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인정하지만, 내부적으로 점차 변화가 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를 감안할 때 경영권을 잡은 신 회장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시장과의 소통'으로 압축할 수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경영방식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도 괜히 나온게 아니다. 그룹의 '원 리더'로 올라선 신 회장이 새로운 롯데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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