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롯데의 박한 수수료, 이번에도? 인수합병 자문, 회사채 인수, IPO 주관 전 부문 박한 수수료 정평
신민규 기자공개 2015-08-27 09:35: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25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롯데그룹은 '짠돌이'로 유명하다.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통해 트랙레코드를 쌓아야 하는 주관사 후보들이 높은 수수료를 적어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롯데그룹은 그동안 인수합병(M&A) 법률자문, 회사채 인수, 기업공개 주관 등 전 부문에서 박한 수수료를 책정해왔다.
◇KT렌탈 인수 당시 회사채 조달금리 수준으로 은행권 차입 시도
올해 상반기 롯데그룹의 KT렌탈 경영권 인수 때도 짠돌이 정신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당시 롯데그룹은 인수자금 조달방법을 검토하던 중 일부를 은행권 차입을 통해 조달하는 방식으로 고려하고 있었다.
국내은행을 상대로 인수금융을 해본 경험이 없었던 터라 롯데그룹은 은행권에 정확한 대출금리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회사채 조달금리와 비슷한 수준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은 은행 관계자들이 손을 들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DB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총수입스왑(Total Return Swap·TRS) 거래를 통해 가져가는 방식으로 자금조달은 일단락됐다.
인수합병 딜을 추진할 때도 롯데는 법률자문 수수료를 후려친 것으로 유명하다. 롯데그룹이 인수합병 딜을 쏟아냈던 2010년 당시 법률자문은 율촌, 세종, 태평양, 광장이 골고루 맡았다. 반면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은 단 한 건의 수임도 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법률자문사는 타임 차지(Time Charge:일하는 시간에 따라 돈을 받는 것) 방식으로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하지만 롯데의 경우 아무리 시간투자를 많이 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상은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약(캡)을 요구해왔다. 김앤장은 특약사항이 곧 저가 수임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롯데와 인연을 맺을 수 없었다.
반면 율촌은 호남석유화학의 말레이시아 타이탄인수, 롯데쇼핑의 GS리테일 마트 및 백화점 부문 인수, 롯데카드의 이비카드 인수, 파스퇴르 인수 등에 참여해 무려 5건의 법률자문을 수행하면서 롯데와의 인연을 쌓아갔다.
◇지난해 롯데케미칼 회사채, '9bp' 인수수수료 책정 논란
롯데그룹의 회사채 발행 역시 업계 평균 수준을 무시한지 오래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7월 3·5·7년물 6500억 원의 회사채 인수수수료로 9bp를 책정해 IB업계 논란이 됐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증권사들의 입찰제안서를 받은 후 곧바로 주관사를 선정하지 않았다. 2차 수수료 협상을 벌려 1차 입찰에 제시된 최저 수수료가 9bp 였다는 것을 알리면서 은근히 수수료 압박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들의 수수료 덤핑을 이용해 다른 증권사들에게도 '수수료 후려치기'를 강요한 셈이다. 결국 주관사들의 인수수수료는 만기 구분없이 9bp로 맞춰졌다.
롯데 계열사들도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6월 롯데쇼핑은 3200억 원의 회사채 인수수수료를 만기 구분없이 15bp로 책정했다. 연초 롯데칠성음료는 3년물 발행에 10bp, 7·10년물 발행에 15bp의 인수수수료를 책정했다. 지난해 5월 롯데푸드도 3년물 500억 원의 회사채 인수수수료를 10bp로 정했다. 업계 평균 회사채 인수수수료가 20~30bp임을 감안하면 최저 수준으로 책정한 셈이다.
◇11년전 롯데쇼핑 IPO, 인수수수료 200bp…호텔롯데 IPO, 저가 수수료 경쟁 치열할 듯
롯데그룹은 인수합병, 회사채 등 사실상 모든 부문에서 수수료가 짠 것으로 악명이 높기 때문에 이번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 주관 수수료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6년 롯데쇼핑 IPO 당시 책정한 주관사의 인수수수료는 국내 공모금액의 2%였다. 11년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IPO 딜에 있어서도 수수료 수준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IPO를 위해 국내외 증권사에 발송한 입찰제안요청서(RFP) 상에는 △주관사 수수료(단일 수수료율) 및 수수료 산정의 적정성 제시 △상장 일정계획에 따른 투입 예상비용과 목적, 산출근거, 비용의 부담주체 △총액인수계약 가능 여부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협력방안을 제시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구조는 결국 롯데그룹이 쥐고 있는 시나리오가 이미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딜을 통해 롯데계열의 트랙레코드를 쌓으려면 수수료에서 양보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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