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홍기택 반대?…금호산업 채권단 일정에 숨은 속내 가격 안건 부의 일정에 전제조건 달아..우리은행·농협과 다른 기류

문병선 기자공개 2015-09-10 09:59:30

이 기사는 2015년 09월 09일 19: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제시한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격(7047억원)을 탐탁치 않아 하는 것일까. 기존 계획과는 달라진 채권단 일정에 홍 회장의 속내가 드러나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금호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어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산업은행은 9일 박 회장측이 제시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던 당초의 방침을 바꿔 이를 공개하면서 동시에 채권단의 달라진 향후 일정도 함께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채권단은 7047억원을 제안한 박 회장측의 최종안을 놓고 오는 11일 55개 채권금융회사 실무책임자 전체회의를 개최한 뒤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앞으로 이 가격에 매각할 지 여부를 묻는 안건을 부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건 부의는 '채권단 회의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당초 산업은행은 박 회장측에 최후통첩을 하며 연내에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가격을 제시하라고 통보했고 그러면서 박 회장측이 가격을 제시하면 곧바로 채권단에 해당 가격으로 팔지 여부를 묻는 안건을 부의할 계획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의 관계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달라진 일정을 두고 "행간의 의미가 묘하다"는 반응이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가격을 제시하면 그 가격으로 팔 지를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는 계획으로 알고 있었으나 오늘 나온 일정을 보면 채권단 회의를 먼저 개최하고 안건 부의는 채권단 회의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것이어서 뭔가 행간의 의미가 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홍기택 회장이 금호산업을 낮은 가격에 매각하지 않으려 했고 그런 의도가 이번 채권단 일정에 반영된 것 아니냐"고 했다.

사실 채권단 회의는 특정한 주제를 두고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운 방식으로 열린다. 겉으로 드러난 형식은 전체 채권금융회사가 모여 의논을 하는 듯 보이지만 거래를 주도하는 주채권은행의 의사발언이 가장 많고 주채권은행의 방침에 대놓고 반대하는 채권금융회사도 그다지 많지 않다. 따라서 각 채권금융회사의 의사를 정확히 알기 위해선 회의보다 투표가 제격이다. 회의를 생략하고 투표를 하면 곧바로 안건에 반대 또는 찬성 의사를 보내오기 때문이다.

이런 채권단 회의 운영 방식을 잘 알고 있는 산업은행이 예정에 없던 채권단 회의를 다시 개최해 각 채권금융회사의 의견을 취합해 보기로 했다는 건 박 회장측이 제시한 가격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고 반대의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또 안건 부의 여부를 유동적으로 만들었다는 건 변수를 늘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의도에 따라 채권단 회의를 이끌어가겠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이날 박 회장측의 제시 가격 공개 여부를 두고 벌어진 산업은행 내부의 '오락가락' 행보 역시 이런 추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박 회장측은 이날 오전 산업은행에 최종 가격을 제시했다. 금호측은 가격에 대해 함구했고 산업은행측에서 공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산은은 처음엔 공개 여부에 대해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오후 4시 쯤 공개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다시 바뀌어 외부 공개를 하지 않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내 6시가 넘어 공개쪽으로 방향이 다시 바뀌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원하는 가격이 제시되지 않자 홍기택 회장이 장고를 거듭했고 그러면서 의사결정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단 일정에 변수가 들어간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달리 금호산업 채권단 내에서 적지 않은 의결권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과 농협은 박 회장측이 제시한 가격을 수용할 기류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7000억원대 가격이라면 이 가격에 팔아도 채권단의 손실은 거의 없다"며 "향후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정한 가격이고 채권단 통과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농협은행 관계자 역시 "농협의 의결권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도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내 한 금호산업 채권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7000억원대에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면 일부 채권은행 원금 회수율은 90%가 넘는다. 물론 원금회수율은 은행마다 다르다. 산업은행의 경우 30%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은행의 경우 일반적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 회수율을 웃도는 수준이다. 금호산업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그동안 소요된 이자 등 기회비용을 포함하면 회수율은 더 낮아지겠지만 지난 5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이 정도 가격을 받고 매각하면 잘 받고 매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금호산업 채권단 의결권 현황에 따르면 대우증권 및 산은캐피탈 등 금융자회사 보유 의결권을 더할 경우 산업은행이 대략 20~25%의 의사결정권이 있다. 우리은행은 8% 가량, 농협 역시 8% 가량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대략 14% 가량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산업은행이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채권단 내에서 금호산업 매각 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