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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설' 현대상선·한진해운, 미묘한 온도차 거래 주체로 한진해운 지목, 모그룹 자금력 영향

박창현 기자공개 2015-10-29 08:26:52

이 기사는 2015년 10월 28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 계획의 중심에 섰다. 해운업 불황 타개를 위한 양사 합병이 구조조정 개편안의 핵심 골자다.

양사 모두 합병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분위기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한진해운은 거래 주체로 부각된 반면, 현대상선은 피합병 대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룹 자금력이 거래 주도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금융당국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정부 측은 최근 한진해운에 현대상선과의 합병을 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해운업계의 시장 재편을 위해 국내 대표 해운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간 합병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 들었다. 해운 업계의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 효과가 미미하자 정부 차원의 빅딜을 구상한 셈이다.

눈에 띄는 점은 정부 측이 빅딜을 이끌고 나갈 거래 주체로 한진해운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실제 한진해운은 빅딜 추진에 대해 "정부로부터 현대상선 합병에 대한 검토를 요청받았고,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부 측으로터 직접 제안을 받고 검토까지 마쳤다는 설명이다. 반면 현대상선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합병 권유도 없었으며 이에 따라 검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40여 년간 시장 1, 2위를 다퉈온 해운업계 맞수다. 현대상선은 1990년대까지 현대그룹의 비약적인 성장에 힘입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구축했다. 하지만 그룹 해체와 핵심 사업부인 자동차 운반선 매각 구조조정에 내몰리면서 한진해운이 그 빈틈을 치고 들어왔다. 이후 양사는 국내 해운업계 대표주자로서 주요 사업을 주도하면서 탄탄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5년 간 해운업이 유례없는 장기 불황에 내몰리면서 시장 지배사업자인 양사가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자산 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불구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최근 3년간 누적 순손실액만 각각 1조 6800억 원, 1조 7400억 원에 달한다.

양사 모두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는데도 정부는 빅딜을 주도할 거래 주체로 한진해운을 택했다. 정부 측은 그룹 자금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파트너 선정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타 계열사의 지원 사격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단과 맺은 재무약정 탓에 운신의 폭도 좁다.

반면 한진해운은 대한항공과 ㈜한진 등 많은 우군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 한진해운은 이미 지난해 그룹사인 대한항공으로부터 4000억 원의 증자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발 빠른 의사결정도 가능하다.

결국 빅딜 구조조정 후에도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룹 재무 여건이 좋지 않은 현대그룹보다는 빠른 의결결정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도 강구할 수 있는 한진그룹을 해운업계 사업 재편 민간 주체로 낙점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운업계는 '상전벽해'라는 반응이다. 수십 년간 국내 해운업계를 주름잡았던 현대상선을 배제하고 한진해운이 빅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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