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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현대상선의 진짜 '조타수'는 누구일까

이진우 부장(산업팀장, 건설부동산팀장)공개 2015-11-12 10:15:00

이 기사는 2015년 11월 11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상선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항로를 알 수가 없다. 한진해운과의 합병설, 매각설 등이 연일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그런 적 없다"고 해명하기 바쁘다. 언론 보도대로라면 정부는 벌써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합병의사를 타진했고, 당사자들이 말을 잘 듣지 않자 아예 강제합병 수순으로 접어 들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채권단에 제출하고 현대차·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도 이 복잡한 판세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맞다"고 얘기하는 곳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검토조차 한 적 없다"고 발뺌하기 바쁘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지금 현대상선 구조조정은 언론들의 속보경쟁이 '진화된 구조조정안'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채권단의 의중을 이토록 잘 알고 해운업에도 정통한 언론인들이 생각보다 무지 많은 모양새다. 하지만 아무도 맞다, 틀리다고 단정지어 얘기하지 못한다. 그저 믿을 만한, 또는 믿고 싶은, 그러면서도 정체를 공개할 수 없는 '소스'만을 내세우고 있을 뿐이다.

이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불신'이다. 정부와 채권단, 현대상선, 언론들이 서로를 믿지 못한다. 겉으론 아니라고 하지만 막후에선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흑막이 있다는 확신 섞인 추측이 판세를 지배하고 있다. 당국도, 채권단도 "추측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하소연만 할뿐 확실한 항로를 제시하지 않는다. 차라리 지금까지 하던대로 채권단과 당사자간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면 된다고 선언하면 오히려 상황이 단순해진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마저 부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 입장에서는 이 모든 일을 최대한 현대상선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포장해 진행하고 싶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려면 현대상선을 표나지 않게 뒤에서 압박해야 한다. 사실상 그룹의 명줄을 쥐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일이 되게 하려는 의도였든, 아니면 반대로 일을 그르치려는 의도였든간에 설 익은 방안들이 언론을 타고 흘러 나왔다. 누군가, 또는 어떤 특정 세력의 '언론플레이'에 물 먹은 기자들의 속보경쟁까지 붙으면서 상황이 꼬였다.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불행일 수도, 다행일 수도 있다.

세간에서는 이미 정권 실세가 해운사 구조조정에 대해 '한 말씀' 하셨으니 금융당국이나 채권단이 무작정 손을 놓고 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서별관 회의나 기업 구조조정 협의체 등이 언급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례로 볼 때 이 정도 얘기까지 흘러나오면 그냥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흐지부지 상황이 정리되기는 어렵다. 정부와 채권단이든, 현대상선이든 누군가 판세를 정리할만한 '카드'를 내놓아야 끝난다. 해운업쪽이 여의치 않으면 일단 다른 업종부터 칼을 들이대는 우회적인 수법도 동원할 수 있다.

당사자인 현대상선은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대놓고 저항하기도 어렵다. 경영부실을 초래한 원죄가 있어서다. 윗선의 손 끝 하나에 그룹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운털이 박히면 그야말로 끝장이다.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국제적으로 영업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해운사 동맹(얼라이언스)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소연 하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물론 현대상선의 현재와 미래 역시 불투명하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리고 부실경영의 1차 책임은 당사자인 기업이 져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살펴보면 해운업을 살리겠다는 것인지, 죽이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굳이 자구계획을 제출 받고 독려했던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그동안 금융당국이나 채권단 요구대로 팔것 다 팔고, 줄일 것 다 줄이고, 사람까지 대폭 자른 뒤에도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기업들을 심심찮게 목격해 왔다. 오죽하면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가 더 낫다는 얘기까지 나왔을까.

상황을 정리하면 시장은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파열음을 일으킨 채권단, 특히 국책은행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정권실세 등 '보이지 않는 손'의 입김에 대한 의혹도 여전하다. 이런 불신이 계속 지배한다면 어떤 카드를 내놓아도 순수성을 인정 받기 어렵다. 구조조정은 누군가의 한 마디가 아니라 법과 규정,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거듭 질문하면 현대상선의 현재 선장은 누구이고, 진짜 조타수는 누구일까. 이를 따르는 힘 있는 또다른 세력은 도대체 최종 종착지가 어딘지는 알고 있을까. 현대상선은 항로를 잃고 우왕좌왕 망망대해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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