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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태평양시멘트 제안 무시한 이유 애매한 인수희망가, 매각중지 '명분 안된다' 판단

한형주 기자공개 2015-12-22 08:42:55

이 기사는 2015년 12월 18일 1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등 쌍용양회 채권단은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제안한 인수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본 듯하다. 적어도 현재 진행 중인 공개매각 절차를 '올스톱'시킬 만큼의 파급력은 없다고 판단한 것. 태평양시멘트의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평양시멘트가 이틀 전 채권단 측에 제시한 쌍용양회 인수 제안가는 당시 1만 5000원대를 호가하던 주가에 10% 이상의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매매 대상인 채권단 보유주식(3705만 1792주)을 감안한 총 지분가치는 대략 7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태평양시멘트는 "시가를 상당히 웃도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6000억~7000억 원의 인수 희망가는 채권단이 태평양시멘트의 제안 수용 여부를 고민할 만큼 통 큰 베팅액이 아니라는 게 채권단의 기본 판단이다. 한 관계자는 "아예 현 시가의 두 배 정도로 확 지른다면 모를까, 현재 태평양시멘트의 눈높이로는 비딩(공개경쟁입찰) 프로세스를 중단할 명분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태평양시멘트의 인수 제안은 어디까지나 쌍용양회 공개입찰 중지를 전제로 하고 있어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려면 한앤컴퍼니와 유진그룹 등 일체의 비더들을 딜에서 배제해야 한다.

설령 제안이 수용된다 해도 태평양시멘트에게 실제 그만한 돈이 있는지는 의심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권단은 쌍용양회 매각이 가시화되기 전부터 태평양시멘트의 인수 여력에 의문을 품어 왔다. 일부에선 채권단이 거절할 것을 예상하고 일부러 가격을 애매하게 써낸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개적으로 우선매수권 행사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채권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이끌어내고, 공개매각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포석 아니겠느냐는 논리다.

태평양시멘트는 채권단이 가진 쌍용양회 주식에 대해 자사가 우선매수권자 지위에 있음을 인정받기 위한 본안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내달 말 2차 공개변론을 앞두고 있다.

정황상 채권단은 태평양시멘트가 전격적으로 전달한 메시지를 일종의 '쇼(show)'로 여기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오는 22일 쌍용양회 매각 본입찰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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