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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의 '펀드-신탁' 이중잣대 [thebell desk]

김현동 기자공개 2016-01-12 14:15:29

이 기사는 2016년 01월 11일 11: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자본시장과 관련한 금융개혁 중 큰 변화를 꼽으라면 사모펀드 활성화일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집합투자업자의 진입 규제를 '인가'에서 '등록'으로 대폭 완화했다. 또 펀드의 등록제도를 '사후 보고'로 완화했다. 이렇게 되면 펀드를 설정·설립하기 이전에 사전 마케팅이 가능하다. 투자광고도 허용해줬다(법 제249조의5). 종전에는 집합투자증권을 '사모'로만 발행하는 전문사모집합투자기구의 성격상 광고를 금지했다. 특히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 제한을 없앴다(법 제76조4~6항, 제249조의8). 사모펀드는 판매보수와 판매수수료에 대한 상한이 없어진 것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도입도 빼놓을 수 없다. 근로소득이 있는 국민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이자·배당·투자 손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부여했다.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다. 신탁으로 한정했던 가입 형태도 투자일임으로 넓혔다.

펀드와 일임, 신탁 등은 고객에게 최적의 포트폴리오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관리서비스의 기초 상품이다. 그렇기에 사모펀드 활성화나 ISA 도입 등은 국내 금융회사의 자산관리서비스 발전의 초석을 쌓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펀드와 달리 신탁·일임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무관심해 보인다. 특히 신탁에 대한 무관심은 지나칠 정도다.

단적인 사례가 개정 신탁법을 반영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다. 2012년 발의 이후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1월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하긴 했지만, 사전 정지작업이 전혀 없었다. 당시 김용태 소위원장이 관련 설명을 해줄 것을 직접 요청했지만, 사후 조치가 없었다.

해당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신탁업자에게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신탁재산의 범위에 채무와 담보권이 추가되고, 금전신탁에만 허용되던 신탁업자의 수익증권 발행을 모든 신탁재산으로 확대했다. 담보신탁, 수익증권 발행신탁 등이 허용되면 신탁을 통한 자금조달이 수월해지고 복수의 수익자를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자산관리가 가능해진다.

자본시장법은 유가증권의 범위를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전환했지만,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지금도 열거주의를 취하고 있다.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투자광고를 풀어줬지만, 신탁은 여전히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신탁은 금융권역 간의 칸막이가 없는 상품이다(ISA, 퇴직연금, 위안화예금신탁 등). 신탁업 인가를 받은 금융회사는 전 권역에 걸쳐 있다(은행 19, 증권 20, 보험 6, 부동산신탁 11). 신탁은 고객이 원하는 투자목표와 위험목표에 따라 은행상품, 보험상품, 금융투자상품을 복합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럼에도 현행 법 체제에서는 은행-보험-금융투자상품을 결합하는 복합 프로그램을 만들 수가 없다.

금융당국이 진정으로 자산관리서비스의 발전을 원한다면 펀드-신탁-일임업이 금융개혁의 성과를 골고루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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