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2월 11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소기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990억 원짜리 소송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의 담당 변호사가 교체되고 법원 내부의 인사 일정이 겹쳐 늦으면 하반기 지나서 1심 판결이 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둘 사이에 이뤄진 비슷한 형태의 소송에서는 기업은행이 패해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모뉴엘 수출신용보증금과 관련해 내달 네 번째 변론을 할 예정이다. 2014년 말 모뉴엘이 허위로 수출입실적을 신고하고 이를 근거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는데, 해당 수출채권에 대해 보증 및 보험을 제공한 무역보험공사가 은행들에 대금지급을 거부해 기업은행이 지난해 8월 무역보험공사에게 청구 소송을 걸었다.

이 사건의 원고 소가는 990억 원으로 1000억 원에 가까운 대규모 소송이다. 기업은행은 김앤장을, 무역보험공사는 광장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지난 달 세 번째 변론기일이 열렸지만 법원에서는 양측 다 별다른 논박 없이 속행 결정으로 끝났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 법원 인사가 예정돼 있는데 부임시기를 고려하면 소송을 담당하는 부장판사가 다른 법원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며 "원고 소가가 크기 때문에 새로운 담당 판사가 내달 변론을 듣더라도 두세 차례 속행한 다음에 종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조회 등으로 시간이 지체되면 오는 8~9월이 돼야 선고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심 판결에만 1년이 넘게 소요되는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기업은행을 대리해 소송을 담당하던 김앤장 변호사가 11일 사임서를 제출했다. 소송 중간에 변호인단의 대표 변호사가 빠지거나 교체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판결까지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통상적으로 무역보험공사가 수출신용보증을 약정한 경우에는 이러한 사고가 터지면 은행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무역보험공사로부터 무리 없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은행이 이길 여지가 더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달 기업은행은 청구금액은 적지만 비슷한 건으로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수출보증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기각 판결을 받았다. 중소기업인 D사의 수출채권을 매입한 기업은행은 D사가 거래처로부터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자 무역보험공사에 보증약정 이행을 요구했다. 무역보험공사는 D사가 계약 기한을 넘겨 선적을 하는 등의 이슈가 있었음에도 은행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문제삼지 않았기 때문에 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거절했다.

실제로 무역보험공사가 제공하는 수출신용보증 약관에서는 '면책' 조항이 있는데 은행이 소관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회사와의 계약에서 주요사항을 위반하면 무역보험공사가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이러한 약관에 의거해 법원은 D회사 건과 관련해서 기업은행의 소송을 기각처리한 것이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재판장은 현재 모뉴엘 소송을 담당하는 판사와 동일인물이다. 모뉴엘 사건이 이 D사 사건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은행의 실사 의무, 무역보험공사의 면책 조항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섣불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