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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혁신 메스', 조직문화 수술로 이동 연공서열·격식 중시 분위기 타파… 유연성·창의성 향상 유도

정호창 기자공개 2016-03-24 08:20:02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3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을 리빌딩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변화와 혁신의 칼 끝을 안으로 돌려 조직문화 개혁 작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그간 진행해 온 큰 틀의 그룹 포트폴리오 정비 작업이 일단락된 만큼 다음 수순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의 역사가 80여 년간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굳어진 수직적 문화와 의사결정체계를 쇄신해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유연성과 창의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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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4일 오후 본사인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이 참여해 조직문화 혁신을 결의하고 변화를 위한 주요 실천사항을 공유할 예정이다.

행사에서 발표될 혁신 내용은 외부에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관련 업계에선 직급체계 조정과 업무조직 운영방식 변화 등이 골자를 이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구조의 5단계 직급체계가 '사원-선임-책임-수석'의 4단계 구조로 변화되고, 일부 부서에선 '프로(담당)-팀장' 형태로 단순화 될 것으로 알려졌다. 팀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체계도 일부는 '셀' 단위로 세분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조직 변화는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수직적 조직문화를 보다 수평적인 형태로 바꿔 유연성과 창의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구조와 의사결정체계 속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장될 가능성이 높고 결재과정도 길어 업무 수행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안팎에선 이 부회장이 IBM과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그룹 경영진에 이 같은 변화를 주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룹 각 계열사의 규모가 커지고 조직이 글로벌화되면서 외국인 임직원들이 늘어 한국식 직급체계를 적용하기가 어려운 부서가 적지 않았다"며 "기존에도 일부 계열사에서 직급체계를 단순화해 운영해 왔는데 이에 대한 적용범위를 보다 넓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급체계 단순화, 셀단위 조직 운영 등 수평적 변화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그룹의 전 계열사로 확산 적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각 계열사마다 경영환경과 내부사정 등이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적용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향후 삼성그룹의 신입사원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그룹 차원의 대규모 공채 시스템을 각 계열사별 채용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공채 시스템의 결과로 삼성그룹 임직원들 사이에 '기수 문화'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연공서열 문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며 "경력직원이나 외국인 직원들 입장에선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삼성그룹이 채용 방식 변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이 매년 6월 개최한 그룹 차원의 신입사원 하계수련회를 폐지하고 올해부터 각 계열사별로 진행하기로 결정한 배경도 이 같은 지적 때문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이 계열사 창립일을 휴무일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4년부터 전 계열사의 창립일 휴무제도를 폐지하고 사별로 조용한 기념식만 진행할 뿐 전 임직원이 정상근무에 임하고 있다.

창립일 휴무제도가 글로벌 기업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제도이며, 해외 고객사와의 거래 및 영업활동에 지장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린 조치다. 대신 삼성그룹은 전 임직원에 4년치 휴무일 수당을 지급했다.

이밖에도 이 부회장은 특유의 '실용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삼성그룹의 조직문화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매년 들어가는 유지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그룹의 전용기와 헬기를 외부에 매각했으며, 본인을 포함해 고위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의전 활동을 모두 폐지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시 수행원 없이 홀로 민간 여객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율 출퇴근제 도입, 불필요한 야근 및 휴일근무 축소, 자유로운 휴가 사용 등의 근무제도 변화도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실용주의' 방침에 따라 삼성그룹에 도입·정착됐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선대에 이어 삼성그룹의 가치를 수성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이 부회장 입장에선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추진했던 것 이상의 강도높은 변화와 쇄신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오늘날의 삼성그룹을 만드는데 있어 상명하복 중심의 수직적 조직문화가 기여한 공이 적지 않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현 시점에선 새로운 문화와 방식, 변화가 필요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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