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3월 28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가 경기 침체로 가전수요가 줄고 있는 가운데 최대 수천만 원에 달하는 초프리미엄 가전 통합브랜드 ‘LG시그니처'를 론칭한 이유는 무엇일까.

LG전자는 론칭 행사에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중저가제품으로 성장한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까지 노리자 ‘LG=초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영역 구분을 확실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대로에 위치한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LG 시그니처 브랜드 론칭 및 신제품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개된 신제품은 △LG 시그니처 올레드 TV((모델명:OLED77G6K,OLED65G6K) △냉장고(모델명:F908ND79E) △세탁기(모델명:F12WHS) △가습공기청정기(모델명:AW141YAW) 등 4종으로 이달 말부터 국내외에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LG전자 TV, 세탁기, 냉장고, 가습공기청정기 카테고리 내에서 가장 좋은 제품으로 생각하면 된다.

왼쪽부터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 권봉석 HE사업본부장 부사장,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 사장, 안승권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LG 시그니처 TV는 LG전자 TV만의 최대 강점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사용해 2.57mm의 초슬림한 두께를 구현했다. 더불어 최근 각광받고 있는 HDR(High Dynamic Range) 기술도 적용됐다.

냉장고는 편의성을 극대화한 ‘노크온 매직스페이스'와 ‘오토 스마트 시스템' 기능이 장착됐다. ‘노크온 매직스페이스'는 사용자가 냉장고를 두드리면 외부에서 문을 열지 않고도, 내부 수납공간을 투명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오토 스마트 시스템'은 사용자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인식해 냉장실 문을 자동으로 열고 닫아주는 기능이다.

세탁기는 12kg 드럼세탁기와 하단의 2kg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를 기반으로 고효율, 저소음을 구현하는 ‘센텀 시스템(Centum System™)' 기술이, 가습공기청정기는 비 온 후 상쾌한 공기상태를 재현해 주는 ‘에코 워터링 시스템'이 업계 최초로 도입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최고 사양제품들인 만큼 가격대도 만만치 않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65형)의 가격은 1100만 원이며, 냉장고 850만 원, 세탁기 320~390만 원, 가습공기청정기는 149만 원이다.

이 때문에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시그니처 제품들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제품사양은 현존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지만 가격이 비싸 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LG전자는 시그니처를 론칭하게 된 배경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LG전자는 시그니처를 통한 매출확대 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브랜드 이미지가 상승하면 다른 제품들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이다.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시그니처 제품 하나 하나가 몇 대 팔리느냐 보다는 LG의 브랜드를 얼마나 견인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며 "물론 시장에서도 판매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고 수요가 없다면 새롭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시그니처 제품 개발에 상당히 공을 들였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당분간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안 사장은 "현재 적용된 디자인과 기능들을 모두 구현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내부에서 이견이 많았다"며 "하지만 어떤 비용을 치루더라도 처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100% 실현시키자고 의견을 모았고 결국 실현해 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기존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강화,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보는 중국 업체들의 도전을 선제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세탁기에서 자타 글로벌 세계 1위다. 냉장고 시장도 월풀, 삼성전자와 함께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LG전자가 글로벌을 주도 할 수 있는 이유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대 시장이자 프리미엄 가전 격전지인 북미 시장을 석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이 GE의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며 북미 시장에 새로운 강적이 탄생했다. 하이얼은 중국 업체 특유의 원가경쟁력에 GE의 기술력을 입혀 그동안 중저가브랜드의 한계 탓에 진출이 요원했던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전자는 이에 대비해 시그니처를 전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게 됐다. 최고 경영진들로 구성된 디자인위원회에서 큰 틀을 구상하고 개별 제품들을 기획한다. 마케팅 비용도 디자인위원회가 컨트롤 한다.

안 사장은 "시그니처 제품 기획과 마케팅에 대한 모든 결정은 디자인위원회에서 하고 각 사업부에 하달된다"며 "보다 본질적인 프리미엄 가치 추구를 위해 소비자의 생활패턴에 기반해 공간단위에서 제품을 기획하고 구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