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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려는 NH·한국證, 뺏으려는 미래에셋·KB證 [현대증권 M&A]국내 IB, '빅4' 체제로 변화···몸집 불리기 경쟁 지속될 듯

민경문 기자공개 2016-04-04 06:30:0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01일 13: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잇따른 대형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서 국내 증권사 IB 업계의 '판'이 바뀌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자본시장을 주도해 왔던 '빅3'(NH·대우·한국증권)는 '빅4'(NH·미래에셋대우·KB-현대증권·한국투자증권)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기존 IB 영역을 수성하려는 NH·한국투자증권과 영토 확장에 나선 미래에셋대우·KB증권의 대결 구도로 점철되는 모습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31일 KB금융지주를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통보했다.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인수 희망가로 1조 원 넘는 금액을 적어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거래 양측은 조만간 본계약을 체결하고 5월 말까지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증권업계 빅딜이었던 대우증권 M&A가 채 끝나기도 전에 또 하나의 대형 증권사 매물이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지난해 오릭스 PE와의 거래 무산 이후 재매각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대상선의 시급한 재무개선 필요성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도 연내 성사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으로선 전략적투자자(SI)로의 현대증권 매각을 통해 수익 극대화 및 '증권사 숫자 줄이기'라는 명분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IB업계만 보면 빅3(NH·대우·한국證)로 알려진 기존 구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식자본시장(ECM) 주관 실적(블록딜 제외)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3사가 사실상 과점하는 형태를 보여왔다. KB투자증권의 경우 부채자본시장(DCM) 강자지만 ECM 실적이 상대적으로 취약한데다 6200억 원에 불과한 자기자본 등이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자회사 KB투자증권은 향후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증권의 자기자본과 단순 합산한 수치는 약 3조 9000억 원으로 NH투자증권(4조 5300억 원)의 다음 순위를 잇게 된다. 신용각 상무를 중심으로 한 현대증권의 IB 인력을 확충한다면 ECM 비즈니스를 좀 더 넓혀볼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절차를 마무리하고 합병 작업에 들어간 미래에셋대우증권의 경우 6조 원에 이르는 자기자본으로 당장 국내 1위 증권사로 사실상 등극한 상태다. 외형상 자기자본투자(PI) 등에 주력할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기존 대우증권의 막강한 IB파워가 미래에셋증권에 녹아들 경우 적지 않은 시너지가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구도가 문제없이 진행된다면 국내 IB 지형은 빅3에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 KB-현대증권 구도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국내 IB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왔던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일정 부분 점유율 면에서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 동안 ECM 영역에서 왕좌 지위를 누려 왔던 NH투자증권은 KB투자증권이 DCM에 이어 ECM까지 아우르는 '완전체'로 진화할 지 여부에 긴장하는 눈치다. 지난 몇 년간 이렇다 할 M&A 없이 정체기를 맞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인수전 탈락이 뼈아프다. 향후 빅4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몸집 불리기'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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