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메릴린치 꿈꾼다…시너지 관건 [현대증권 M&A] ①증권사 통합 리테일은 미미…증권-은행 복합점포 확대 예상
최은진 기자공개 2016-04-12 09:48:52
이 기사는 2016년 04월 06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자산관리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결합 그 자체의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증권과 KB국민은행이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면 새로운 모델의 자산관리 영역이 개척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KB금융지주 역시 현대증권 인수 후 WM부문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형 BoA메릴린치, 즉 유니버셜뱅킹(Universal banking)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은행과 투자를 결합시킨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시키겠다는 의미다. 이는 곧 복합점포의 확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 현대증권-국민은행 결합, 유니버셜뱅킹 안착 기대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통합하면 자기자본은 3조 9000억 원대로 확대된다. 이는 미래에셋대우증권, NH투자증권에 이은 3위다. 다시말해 업계 판도를 뒤엎을 초대형사의 탄생은 아니다.
리테일 사업만 따로 봤을 때 역시 영향력은 미미하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리테일 수익 규모는 단순합산으로 4000억 원을 웃돈다. 이는 현대증권보다 한단계 앞섰던 한국투자증권을 소폭 넘어서는 수준이다. KB투자증권의 리테일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에 현대증권과의 합병 시너지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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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 그 자체보다 더 큰 기대감은 바로 국민은행과의 결합 가능성에서 나온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합 KB투자증권의 지향점은 한국형 BoA메릴린치라고 공표했듯 은행과 투자를 융합하는 자산관리 모델을 안착시킬 것으로 보인다.
BoA메릴린치는 유니버셜뱅킹의 전형으로 손꼽힌다. 유니버셜뱅킹이란 은행이 예금·대출의 고유업무만이 아닌 증권과 보험 등의 금융업무도 겸하는 것을 일컫는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2008년 메릴린치증권을 인수한 후 은행형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투자 등의 다양한 금융업무가 결합한 유니버셜뱅킹을 안착시켰다.
BoA는 미국 대형은행, 메릴린치증권은 자산관리와 투자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금융사다. 특히 메릴린치증권은 위탁매매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자산관리 중심으로 전환시킨 성공사례로도 꼽힌다. 지난 1977년 은행·신용계좌 등을 통합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처음으로 도입하며 개인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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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는 BoA메릴린치를 벤치마크 삼아 국민은행에 현대증권의 투자 DNA를 심는 한편 국민은행의 뛰어난 네트워크를 통해 현대증권의 리테일 시장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KB금융지주는 복합점포 확대를 꾀하고 있다. KB투자증권의 16개 점포가 모두 복합점포 형태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현대증권 역시 97개 점포 대부분이 복합점포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현대증권은 380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은행의 개인고객과 1억 원 이상 고액자산가 35만 명의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KB투자증권에 없던 금융투자상품 공급역량과 판매 역량 등이 현대증권을 통해 발현되면 리테일 성장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현대증권 체질개선 필요…자산관리역량 강화·은행문화 흡수
현대증권과 국민은행의 결합 시너지는 통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시너지가 창출되기까지 난항도 예상된다. 특히 현대증권이 얼마나 빠르게 KB금융지주 목표대로 체질개선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KB금융지주가 메릴린치 사례를 들고 나왔듯 현대증권에 바라는 부분 역시 자산관리와 투자 역량이다. 현대증권은 몇 해 전부터 자산관리 증권사를 표방하며 전략을 선회했지만 여전히 리테일 수익 중 대부분이 브로커리지에서 창출된다. 따라서 현대증권의 리테일 DNA를 자산관리 형태로 변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더욱이 국민은행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현대증권은 은행문화 일부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현대증권 내부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증권과 국민은행의 시너지 창출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브로커리지 위주의 호전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현대증권 직원들이 국민은행의 보수적인 문화에 한순간에 젖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복합점포 형태로 함께 하게 될텐데 불협화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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