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4월 18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방송·통신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승인 문제다. 각각 이동통신시장과 케이블TV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 간의 결합이라 성사 후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커 경쟁사는 물론이고 언론과 학계,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승인권을 쥔 정부에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이통시장과 유료방송시장에서 모두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회사의 사활을 걸고 인수합병 저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기업결합 심사를 담당하는 미래부, 방통위, 공정위 등 정부기관을 상대로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대외 채널을 활용해 여론몰이에도 사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말엔 국내 29개 일간지 1면에 두 회사 공동 명의로 'SK텔레콤은 나쁜 인수합병을 포기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게되면 국내 통신 인프라가 퇴보하고, 매년 엄청난 가계통신비가 SK텔레콤의 이윤으로 돌아가며, 대규모 일자리가 사라지고, 한류 기반인 콘텐츠 산업이 일부 대기업 소유물로 전락할 것이기에 '나쁜 인수합병'이란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결합이 이처럼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각 사안마다 여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누구도 인수합병의 결과를 확신하거나 단정하지 못한다. 광고 속 주장은 각각의 가능성 중 최악의 가정만을 뽑아낸 것이다.
신의 영역에 속하는 미래상에 대한 논의는 미뤄두자. 다만 기업 인수합병 활동에 '나쁜'이란 수식어를 붙여 '선악(善惡)'의 가치판단 개념을 대입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선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수합병(M&A)은 기업이 내적 성장한계를 극복하고 신사업 진출 등으로 외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시행하는 전략적 행동이다. 주체가 '이윤 추구'를 존재이유로 삼는 기업이므로 목적은 당연히 자사 이익 극대화이다.
시장의 재화가 한정돼 있으므로 특정 기업의 이윤 확대는 다른 영역(경쟁사, 고객 등)의 이윤 축소와 이동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나쁘다'는 가치판단을 내린다면 시장에서 이뤄지는 인수합병 대부분은 물론이고, 근본적으로 기업의 존재목적인 '영리추구'에도 같은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
게다가 선악은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 개념이다. 기업이 이윤을 늘리는 것은 주주와 구성원, 투자자들에게는 '선'이지만, 그로 인해 이윤을 잃게되는 경쟁사나 합리적 수준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고객 입장에선 '악'으로 규정된다.
이 세상에 내부 관계자는 물론이고 경쟁사, 소비자, 사회 등 연관된 모든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향상시키고 만족시키는 '좋은' 기업이나, '좋은' 인수합병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불리의 입장에 따라 양면성을 갖고, 그 판단조차 일관성 없이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기업활동에 '선악'의 가치판단 잣대를 쉽게 들이댈 수 없는 이유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 뒤 고객의 권익이 향상될지 약화될지는 미지수다. 찬·반 진영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국책 연구기관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판단을 유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쁜 인수합병'이라 손가락질 하는 건 근거없이 쏟아내는 일방적 비방일 뿐이다.
국내 이통시장은 이미 오래전 수요 포화와 성장정체 국면에 들어섰다. 새 성장동력 발굴과 돌파구 마련을 위해선 어떤 사업자라도 인수합병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음 번엔 KT와 LG유플러스가 '나쁜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주인공이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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